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애플, 아마존웹서비스(AWS), ASML,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기업을 한자리에 모아 '친환경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결합해 경기도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27일 성남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반도체기업 재생에너지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애플, AWS, ASML,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글로벌반도체협회(SEMI)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가 하려는 것은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몇 군데 더 유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산부터 첨단 패키징, 연구인력, 산업 기반시설까지 반도체 전 주기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완결형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특히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으로 '전력'을 꼽았다. 추 지사는 "반도체 경쟁은 나노미터 단위에서 시작되지만, 산업의 승부는 결국 기가와트급 친환경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재생에너지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반도체 전력 수요가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만 2040년까지 15.5GW 규모의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의 탄소중립 요구까지 거세지면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충족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반도체 기업의 투자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추 지사는 "뛰어난 기술과 대규모 투자가 있어도 전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은 움직일 수 없다"며 "기업들이 현장에서 제기하는 애로사항 역시 전력 확보와 RE100 달성, 인허가 문제로 모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2030년까지 도내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1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단지와 공장 지붕은 물론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국·공유지와 유휴부지까지 두루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시화·화옹지구와 평택호·평택항, 경기북부 민통선 일대에서는 공공이 주도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전력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허브와 분산에너지 특구, 가상발전소(VPP)를 서로 연계해 안정성을 높이고, 기업별 재생에너지 수요를 발전사업자와 연결해 전력구매계약(PPA)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행정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망 구축 역시 속도를 낸다. 경기도는 정부, 한국전력공사, 기업 등과 함께 송·변전설비 조기 구축과 ESS 확충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기존 전력망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 전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전력 문제는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참석 기업들은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응할 안정적인 전력망과 함께,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조달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안과 영농형 태양광 확대 등도 함께 논의됐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SEMI 등과 '경기도-반도체 기업 재생에너지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기업별 재생에너지 수요와 규제 개선 요구를 한층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단지 태양광 설치를 확대하는 한편, 기업의 RE100 이행을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해 정부에 제도 개선도 건의하기로 했다.
추 지사는 반도체 기업의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한 행정 지원도 약속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에 오면 가장 빨리 사업할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기 위해 도지사 직속 초격차반도체전략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며 "경기도를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에 그치지 않고 첨단기술과 친환경에너지가 함께 성장하는 세계 친환경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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