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무위원에 지명되고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겸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다음 순번에게 승계하는 오랜 관례를 깬 탓이다.
용 후보자는 "소수정당의 한계"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의원직을 내려놓는 순간 당의 명줄인 원내 1석의 혜택이 일시에 증발하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정당이 원외로 전락하는 냉혹한 재정·구조적 현실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다. 용 후보자 남편이 기본소득당 당직을 맡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비례연합정당 입성이 '승계 불가의 딜레마'를 낳았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면 당선 당시 소속 정당(더불어민주연합) 명부의 다음 순번 후보가 의석을 승계한다. 용 후보자가 사퇴해도 기본소득당 인사가 배지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측 인사가 의석을 넘겨받게 된다.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의원인 용 후보자의 사퇴는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당의 원외 정당 전락을 의미한다. 용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를 기본소득당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사퇴하면 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며 양해를 구한 배경이다.
용 후보자가 사퇴를 완강히 거부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국회의원 1석에 배정된 막대한 재정·인적 지원에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과 국회 지원금을 합산하면 원내 1석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최소 13억원에 달한다.
우선 정당 국고보조금 격감이 치명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본소득당은 올해 3분기까지 정당 경상보조금 2억9642만원과 지방선거 출마 보조금 3940만원을 합쳐 총 3억 3582만 원을 수령했다. 4분기 지급액까지 더하면 올해 약 4억3000만원의 국고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의석을 잃고 원외 정당이 되면 법정 득표율 기준에 따라 보조금이 '0원'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여기에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약 45평) 무상 이용 및 정책개발비 등 의정활동 경비(약 1억5000만원), 비례대표 의원 후원회 모금 한도(연간 1억5000만원)까지 고려하면 용 후보자의 사퇴는 기본소득당 입장에서 연간 13억원 규모의 존립 기반이 통째로 붕괴되는 셈이다. 기본소득당은 지난해 약 2억8615만원의 정당 후원금을 모금했다.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면 13억원 상당의 국고·인프라 지원이 끊긴 채 이 2억원대 후원금만으로 당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야권에서는 위성정당 편법을 통해 배지를 두 번이나 단 인사가 장관직과 의원 특권을 동시에 누리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용 후보자는 민주당 개평으로 연속해서 두 차례나 비례 배지를 단 '꿀수저'"라며 "장관이 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며 귀족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양경규 정의당 대표는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용 후보자 남편이 기본소득당 당직을 맡고 있는 점도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용 후보자가 당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용 후보자 배우자는 전략기획부총장으로 근무했고, 최근 당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가족정당이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단 여론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청년 세대에 소구하기 위한 인사인데 되레 청년에게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며 "당에서 적극적으로 비호하기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돌파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도 "30대 여성 장관이라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라며 "다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행적이 있었는지 청문회를 통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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