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달 근로자도 반대하는 '새벽 배송 제한'…획일적 규제 멈춰야

입력 2026-08-31 17:42   수정 2026-09-01 01:30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새벽배송 제한 법안에 쿠팡 택배기사 97.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긴급 의견조사 결과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근로자 건강권’을 명분 삼아 밀어붙이는 법안에 정작 법안의 적용을 받을 당사자 절대다수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쿠팡 택배기사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절실한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획일적으로 근로 시간이 제한되면 소득이 심하게 줄어 생존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업무를 하는 근로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새벽에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적은 저소득층에 월수입 100만원 감소는 회복 불가능한 큰 타격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여당 의원들도 선의에서 새벽배송을 제한하고 야간 작업을 ‘월 12회’로 한계 짓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배송에 나서야만 생계가 유지되고, 새벽배송을 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에게 선택지를 없애는 것은 선의를 빙자한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야간 배송 근로자가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일을 추가로 구하도록 내몬다면 과로를 줄이겠다는 법안의 존재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법안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선택, 직업 종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새벽배송 제한법은 사회적 실익도 없다.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은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고 차량·물류시설을 재편해야 한다. 각종 비용 증가는 배송비와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통산업 혁신을 가로막고 시장 경쟁을 제약하는 후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탁상공론식 접근으로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챙길 수 없다. 휴식시설 확충이나 건강검진 지원 같은 현장 친화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정치권의 임무는 ‘일할 자유’를 뺏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현실과 소비자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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