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편의점과 통신매장 등 일상생활의 오프라인 접점을 금융 인프라로 바꾸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전국 편의점망을 앞세워 세븐뱅크를 일본 최대 ATM 사업자로 키운 데 이어 이번에는 NTT도코모가 전국 통신매장을 사실상의 은행 창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통 은행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점을 새로 만들지 않고 본업에서 구축한 고객망과 점포를 금융사업에 활용하는 전략이다.
1일 일본 금융업계에 따르면 NTT도코모 산하 도코모SMTB네트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전국 도코모숍에서 ‘도코모의 은행’ 계좌 개설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코모SMTB네트은행은 도코모가 인수한 옛 스미신SBI네트은행으로, 지난달 사명을 변경하고 도코모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도코모숍 직원이 은행 서비스 내용을 설명하고 고객의 스마트폰 계좌 개설을 돕는다. 실제 정보 입력 등은 고객이 직접 하지만 은행대리업 허가나 금융서비스중개업 등록을 마친 점포에서는 직원의 대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는 196개 점포에서 시작해 빠르게 확대할 예정이다.
핵심은 전국에 깔린 도코모숍을 별도의 은행 지점 투자 없이 금융 영업망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도코모SMTB네트은행은 온라인에서 스마트폰만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인터넷은행이지만 오히려 오프라인 접점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의 선구자는 세븐뱅크다. 유통기업 세븐&아이 계열에서 출발한 세븐뱅크는 전국 세븐일레븐 점포에 ATM을 설치하며 기존 은행과 전혀 다른 영업망을 구축했다. 현재 일본 내 ATM은 2만8000대 이상으로 세븐일레븐뿐 아니라 상업시설과 공항, 역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부터 패밀리마트에도 ATM을 설치하기 시작해 향후 일본 내 ATM망을 약 4만4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세븐뱅크가 편의점이라는 ‘장소’와 ATM을 금융 인프라로 바꿨다면 도코모는 한발 더 나아가 통신매장의 ‘사람’까지 금융 영업에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구입이나 요금제 변경을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은행 계좌를 자연스럽게 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코모가 오프라인 영업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옛 스미신SBI네트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사업 경험도 있다. 이 은행은 인터넷은행임에도 주택담보대출 신청의 약 95%가 대면 안내를 거쳐 이뤄졌다. 누적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15조엔을 넘어 일본 인터넷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다.

도코모 브랜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마루야마 노리아키 도코모SMTB네트은행 사장에 따르면 사명 변경 이후 인터넷 검색량은 3배로 증가했고 신규 계좌 개설도 수십% 늘었다. 올해 2월 900만개를 넘어선 계좌를 장기적으로 일본 메가뱅크와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일본에서는 통신사들의 금융업 진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KDDI는 통신과 au PAY, 은행을 결합한 금융경제권을 구축했고 소프트뱅크 진영도 PayPay를 중심으로 은행·증권·결제를 연결하고 있다. 도코모 역시 신용카드 ‘d카드’, 결제서비스 ‘d바라이’에 은행을 추가하면서 금융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전략이다.
아직 과제도 있다. 도코모의 은행 계좌를 d카드 결제계좌로 지정하면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통신요금과 은행 서비스를 직접 연계한 혜택은 경쟁사보다 부족하다. d바라이 잔액을 도코모의 은행으로 옮길 때도 현재 수수료가 발생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본의 오프라인 금융망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은행이 고객을 만나기 위해 직접 지점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편의점과 통신매장 등 이미 고객이 모이는 장소에 금융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세븐일레븐이 편의점을 ATM망으로 바꿨다면 도코모는 통신매장을 은행 창구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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