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콥스키의 웅장하고 화려한 선율이 무대를 채우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유니버설발레단), 아돌프 아당의 애잔한 음악과 함께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를 그리는 ‘지젤’(국립발레단), 쇼팽의 시적이고 격정적인 피아노 선율을 타고 비극적 사랑의 서사를 펼쳐내는 ‘카멜리아 레이디’(국립발레단)다. 무용수의 몸짓에 시선을 두는 동시에 귀를 열어보자. 가을의 서정이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더욱 깊게 다가올 것이다.
○100년의 잠을 깨우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유니버설발레단은 10월 2~4일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무대에 올린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19세기 러시아 황실 발레의 화려함과 엄격한 클래식 춤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정통 클래식 발레로 마녀 카라보스의 저주로 100년 동안 잠들었던 오로라 공주가 데지레 왕자의 사랑으로 깨어나는 동화를 그린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이 동화에 화려한 색채를 입힌다. 풍부한 관현악과 우아하면서도 웅장한 멜로디가 극 전체를 이끌고, 무용수들의 정교한 테크닉과 화려한 군무가 선율을 가시화한다. 주인공 오로라 공주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과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는 클래식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과 대규모 군무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어우러지며 시각적·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원작은 프롤로그와 3막, 총 4막으로 구성된 방대한 작품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를 3막, 약 2시간 반으로 압축해 보다 밀도 있게 재구성했다. 음악과 춤의 균형을 살린 무대인 만큼 발레의 화려한 볼거리뿐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관현악을 온전히 즐기는 재미도 크다. 반주는 지휘자 지중배와 한경arte필하모닉이 맡는다.
○처연한 낭만, 서늘한 한기를 두른 '지젤'
이어 10월 13~18일에는 국립발레단이 '지젤'을 선보인다. 가을의 쓸쓸하고 서정적인 정취와 특히 잘 어울리는 낭만 발레의 대표작이다. 시골 처녀 지젤의 순수한 사랑과 연인 알브레히트의 배신, 그리고 죽음을 넘어선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서술자다. 아돌프 아당의 음악은 사랑에 빠진 지젤의 순수함부터 배신을 알게 된 순간의 절망,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사랑과 용서까지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특히 2막은 음악을 듣는 재미가 각별하다. 아당은 1막의 밝고 목가적인 음악과 달리 2막에서 단조와 불안정한 화성, 섬세한 현악의 음색 등을 활용해 윌리들이 지배하는 비현실적이고 서늘한 세계를 그려낸다. 달빛 아래 흰색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군무가 반복되는 동안 음악은 아름다움과 불안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2막에서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지키기 위해 추는 춤은 작품의 비극을 가장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순간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사랑과 용서라는 작품의 주제가 깊어진다. 눈으로 춤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아당의 선율을 귀로 음미하는 것이 '지젤'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만추와 쇼팽의 선율...비극적 사랑의 결말 '카멜리아 레이디'
가을의 깊이가 더해지는 11월에는 보다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기다린다. 11월 10~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다. 거장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발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연한다.

파리 사교계의 여인 마르그리트와 젊은 아르망의 사랑을 중심으로 열정과 갈등, 오해와 이별, 비극적 죽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펼친다. 화려한 군무보다 두 주인공의 내면과 관계에 집중하는 작품으로, 무용수들은 표정과 몸의 움직임, 정교한 파드되를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2번과 발라드 1번 등 시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쇼팽의 선율이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사랑을 따라간다. 속삭이듯 서정적이다가 격정적으로 치솟는 피아노 음악은 두 사람의 감정을 직접 말해주는 듯하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 서로에게 이끌리고 멀어지는 장면에서 음악의 힘은 더욱 빛을 발한다. 파드되가 긴밀하게 맞물리며 황홀하지만 고통스러운 사랑을 전한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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