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 대신 아름다움을, 슬픔 대신 기쁨을, 절망 대신 찬양을 주실 것이다." (9·11 테러 구조활동을 한 응급대원의 메모)
오는 12일 미국 뉴욕 9·11 메모리얼박물관에서 9·11 테러 25주기 특별전 '그들을 기리며: 9·11이 이끈 25년의 봉사'가 개막한다. 전시 작품은 주로 테러 현장의 구호 활동에 헌신한 사람, 테러 이후 봉사를 이어온 사람, 가족을 잃고 남겨졌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유가족의 이야기 등으로 구성됐다.
베스 힐먼 9·11 메모리얼 박물관 최고경영자(CEO)는 "내 동년배 사람들은 그 끔찍한 날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한다"며 "하지만 지금 미국인 1억명은 당시 태어나지 않았거나 그날을 스스로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며 "일상으로 돌아와 묵묵히 헌신과 봉사를 이어온 무수한 평범한 이웃들의 발자취를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엔 9·11 테러로 삼촌을 잃은 로건 밀러 씨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뉴욕 퀸스의 한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밀러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친구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하나둘씩 일찍 귀가했습니다. 점심때 학교로 데리러 온 아버지에게 월드트레이드센터(WTC)가 공격받아 무너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습니다."
다음날 그는 아버지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삼촌이 연락 두절 상태라는 것. 뉴욕주 대법원 경위였던 밀러의 삼촌은 테러범이 WTC 북쪽 타워를 강타하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동료들과 WTC 안으로 구조에 나섰지만 순직했다.
그의 할아버지도 WTC의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유독성 먼지와 오염물질에 노출된 그는 수년 뒤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테러 15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밀러는 현재 박물관 후원 그룹인 '비저너리 네트워크'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세월, 9·11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현장에서 남을 돕다 목숨을 잃거나 이후 유독성 물질에 노출돼 숨져간 이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아 루시 메모리얼박물관 교육·공공 프로그램 수석 부사장은 "시간이 흐르며 테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1억명의 미국인 세대가 자리 잡았다"며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참사 이후 일상으로 돌아와 묵묵히 헌신과 봉사를 이어온 무수한 평범한 이웃들의 발자취를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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