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킥보드' 안 보인다 했더니…뜻밖의 이유 있었다

입력 2026-09-02 11:45   수정 2026-09-02 13:39


버스와 지하철이 닿지 않는 마지막 1~3㎞를 잇는 국내 퍼스널모빌리티(PM) 시장이 나홀로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해 누적 이용 횟수만 약 1억 회에 달할만큼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이용자와 사업자는 오히려 빠르게 줄고 있다. 1조원 시장으로 몸집은 커졌는데 정작 이를 떠받칠 기업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PM산업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9개 PM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23년 7월 220만6327명에서 2024년 194만6967명, 지난해 175만2740명, 올해 157만4752명으로 감소했다. 3년 새 63만1575명(28.6%)이 줄며 3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2020년 전후 20곳이 넘었던 사업자도 폐업과 철수, 합병·매각을 거쳐 현재 운영사 9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아홉 곳 중 한 곳은 최근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수요가 줄어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지난해 주요 PM 업체 누적 가입자는 1460만 명에 달했고 이용자의 약 70%가 20대였다. 통학·출퇴근과 심야 이동은 물론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생활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삼정KPMG는 국내 공유형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이 2021년 4800억원에서 2025년 1조368억원까지 커진 것으로 추산했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한 시장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도 이용 수요가 사업자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무단주차 등 부작용이 불거졌고 면허·안전모 의무, 강제견인, 통행금지 등 규제가 잇따라 추가됐다. 반면 주차공간과 전용도로 등 새로운 이동수단을 수용할 인프라와 사업자 자율관리 체계를 갖추는 속도는 더뎠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서울에서만 2021~2025년 전동킥보드 28만3998대가 견인돼 사업자가 부담한 견인료가 113억5992만원에 달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시장 확대보다 사업 축소와 전환을 택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이용 문턱이 낮은 전기자전거로 중심축을 옮기는 업체가 늘고 있다. 라스트마일 시장을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규제 부담이 덜한 이동수단을 찾아가는 경쟁이 된 셈이다. 한 국내 PM업계 임원은 “라스트마일 이동 수요는 여전히 큰데 이를 사업으로 풀어낼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지금은 서비스를 얼마나 키울지가 아니라 국내에서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킥보드 회사가 전기자전거 회사로

국내 한 대형 퍼스널모빌리티(PM) 업체 A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불과 3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서울에서 2023년 3314대였던 전동킥보드는 올해 958대로 71% 줄었다. 같은 기간 전기자전거는 1106대에서 1만5636대로 14배 넘게 늘었다. 운영 기기 중 전기자전거 비중은 25%에서 94.2%로 치솟았고, 매출 비중도 17.5%에서 96.6%로 뛰었다. 사실상 ‘킥보드 회사’에서 ‘전기자전거 회사’로 바뀐 셈이다.

이용자가 늘면 기기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규모를 키우는 게 공유 모빌리티의 일반적인 성장 방식이다. 국내에선 반대다. 기존 사업을 줄이고 규제 부담이 덜한 기기와 지역을 골라 살아남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성장성을 좇는 ‘확장형 피벗’보다 생존을 위한 ‘방어형 피벗’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1兆 시장으로 커졌는데 ‘생존' 위기

2017~2019년 국내에 등장한 PM 업체들은 현재 100~400명가량을 고용하고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 상위 4개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약 2100억원에 달한다. 스윙(854억), 지바이크(775억), 빔모빌리티코리아(270억) 피유엠피(201억)등이다. 대중교통 환승을 보완하는 라스트마일 수요와 심야·단거리 이동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결과다.

성장 여력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는 국내 공유형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이 2025년 1조368억원에서 2030년 약 1조4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기기 대여를 넘어 음식배달·택시호출 등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계하고, 수요예측·관제 데이터와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성장 전략으로 꼽았다. 국내에서 확보한 운영망과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큰 ‘라스트마일 플랫폼’으로 뻗어갈 수 있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국내에선 거꾸로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고 있다. 2020년 전후 20곳을 넘었던 사업자는 폐업·철수와 인수합병을 거치며 크게 줄었다. 현재 주요 서비스는 9개다. 이마저도 주요 업체 중 한 곳은 사업성 악화로 매각을 준비 중이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PM 업체 라임은 “잇단 도로교통법 개정과 지자체마다 다른 세부 정책 등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3년 만에 철수했다.

업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은 시장 성장과 제도·인프라 간 엇박자다. PM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보도 주행, 무단주차 등 사회적 부작용도 함께 불거졌다. 보행 안전을 위한 규칙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업계도 이견이 없다.

다만 업계는 산업의 성장 속도에 맞춰 주차·주행 인프라와 관리체계를 갖추기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덧붙었다고 지적한다. 무면허·안전 문제가 커지자 면허와 안전모 착용 의무가 강화됐고, 무단주차 민원이 늘자 서울시는 2021년 강제견인을 도입했다. 2024년 12월에는 일반 견인구역의 3시간 자진수거 시간을 없앴고 지난해에는 홍대와 반포 등에 PM 통행금지구역도 만들었다.

규제 비용은 기업의 손익에도 직접 영향을 미쳤다. 2021~2025년 서울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견인료만 113억5992만원이다. A사의 견인·보관비는 2023년 2억3443만원에서 지난해 8억4827만원으로 3.6배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은 41%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견인·보관비 규모가 연간 영업이익의 28.9%에 달했다. 한 PM업계 관계자는 “견인·관리비로 빠져나가는 돈은 원래 신규 기기와 서비스 지역, 관제 기술이나 해외 진출에 투자해야 할 돈”이라며 “성장할 시장은 있는데 국내에선 어디로 확장할지가 아니라 어느 사업을 줄일지부터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달 수백만명 타는 시민 이동수단 때리기 급급..."이번엔 전기자전거"

국내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이 돌파구로 택한 게 전기자전거다. 라스트마일 이동 수요가 여전히 큰 데다 자전거법상 요건을 충족한 전기자전거는 별도 운전면허가 필요 없어 이용 문턱도 낮다. 서울의 공유 전기자전거는 2021년 1600대 수준에서 현재 5만대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공유 전동킥보드는 4만대 이상 줄었다. 한 대형 업체의 경우 서울에서 전기자전거 운영 비중이 2023년 25%에서 올해 94.2%로 뛰었고 매출 비중도 17.5%에서 96.6%로 역전됐다. 라스트마일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수단으로 옮겨간 셈이다.

다만 전기자전거 전환이 단순히 킥보드를 자전거로 바꿔 세우는 작업은 아니다. 배터리 충전·회수·보관과 상태관리, 기기 재배치 등 별도의 운영망을 다시 갖춰야 한다. 지바이크는 서울 주요 거점 48곳에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을 설치해 방전된 배터리를 회수·충전하고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완전 충전에 약 5시간 걸리는 배터리를 현장에서 30초 만에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든 인프라다. 킥보드에서 전기자전거로 사업 중심을 옮길수록 기기뿐 아니라 배터리·정비·거점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이용이 급증하면서 전기자전거도 킥보드가 겪었던 문제를 그대로 떠안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전기자전거 관련 민원은 2022년 3893건에서 지난해 2만7057건으로 약 7배 급증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 등에 기기가 몰리면서 보행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늘어난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킥보드 사업을 줄이며 새 기기와 운영망에 다시 투자했는데, 동시에 민원 대응을 위한 현장 수거·재배치 부담까지 커진 셈이다.

하지만 업계가 더 크게 우려하는 건 킥보드 규제로 전기자전거로 이동한 수요를 다시 같은 방식의 규제로 막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공유 전기자전거를 견인 대상에 포함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검토안은 킥보드와 마찬가지로 대당 4만원의 견인료와 시간당 1400원의 보관료를 부과해 내년 1월 시행하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전동킥보드 견인처럼 전기자전거에까지 같은 구조가 적용되면 새 기기와 배터리 인프라에 투자한 뒤 다시 견인·관리비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에서는 결국 ‘규제→사업 축소→다른 이동수단으로 수요 이동→다시 규제’라는 풍선효과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PM산업협회 관계자는 “불법주차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보행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며 “과거 제도의 부작용을 답습하기보다 보행권과 이동권이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공유 전기자전거는 버스나 지하철을 보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이동수단”이라며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와 시민의 통행권 사이에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