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역세권 토지보상 뒤집혔다…결정적 증거는 '1966년 항공사진'

입력 2026-09-02 14:05   수정 2026-09-02 14:57


공부상 지목이 임야라도 수십 년 전부터 농지로 이용된 사실이 확인되고 불법 형질변경이라는 증거가 없다면 실제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토지 수용보상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60년대 항공사진까지 판독해 토지의 과거 이용상황을 확인한 사례여서 유사한 토지보상 분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행정1-2부(재판장 최상수)는 부천지역 역세권 융·복합개발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천시를 상대로 낸 수용보상금 증액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대부분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부천 종합운동장 일원 역세권 융·복합 개발사업은 부천시와 LH가 49만823㎡ 부지에 1363가구 규모의 주택과 스포츠·문화시설, 전략산업 유치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지를 가로지르는 길주로를 기준으로 남측은 부천시가, 북측은 LH가 각각 개발을 맡는다.

재판부는 원고 4명의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이의재결 보상금과 법원 감정에 따른 보상금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3년 6월 22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 연 5%, 이후 지급일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함께 지급하도록 했다. 보상금 차액은 총 22억원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토지의 현실적인 이용상황을 어떻게 판단할지였다. 일부 토지는 공부상 지목이 '임야'였지만 토지주들은 오래전부터 밭과 논, 과수원 등으로 사용해온 만큼 실제 이용상황을 반영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1차 감정에서 임야로 평가된 토지의 과거 이용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항공사진 판독감정까지 실시했고, 그 결과 1966년 항공사진에서 해당 토지 일부가 이미 밭과 논, 과수원 등으로 이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토지보상법상 보상액은 원칙적으로 가격 시점의 현실적인 이용상황과 객관적 상황을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허가나 신고 없이 형질을 변경한 토지는 형질변경 당시의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불법 형질변경이라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상 지목과 실제 이용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형질변경 토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형질변경 당시 적용된 법령도 판단 근거가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1962년 산림법 시행 이전에는 보안림이 아니거나 경사 20도 미만인 사유 임야 등을 개간하거나 화전을 경작할 때 원칙적으로 허가나 신고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1961년 6월 27일 관련 법률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임야를 개간하거나 형질을 바꿔 농지로 쓰려면 행정기관의 허가나 신고를 받아야 했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들이 1966년 당시 이미 농지 등으로 이용되고 있었는데도 LH와 부천시가 개간 시점이 1961년 6월 27일 이후라는 사실이나 당시 허가 없이 개간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간 허가 등의 대상에 해당함에도 허가 없이 개간됐다는 점에 관해 피고의 주장·증명이 없다"며 1966년 당시 이용현황을 불법 형질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66년 항공사진에서 확인된 실제 이용상황이 보상금 산정에 반영돼 일부 임야는 밭과 논, 과수원, 대지 등으로 다시 평가됐다. 법원 감정인은 인근 지역이나 동일 수급권의 유사한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시점수정과 지역·개별요인 등을 반영해 보상가액을 재산정했다.

다만 이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뒤 허가 없이 잡종지나 나대지로 바뀐 부분은 불법 형질변경으로 보고 현재 이용상황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천=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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