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이 포스코, 현대차·기아와 손잡고 미국에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입해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2029년부터 자동차강판 등을 생산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북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대제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YUNDAI-POSCO Louisiana Steel·HPLS)’ 기공식을 열었다고 5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제철소 건설은 정 회장이 지난해 3월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빠르게 진행돼왔다.
현대제철은 같은 해 5월 미국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위한 전담 조직 '북미철강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어 6월에는 제철소 건설 투자를 위한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1월엔 현대차, 기아, 포스코 등 주요 투자사의 지분 출자가 시작돼 마침내 HPLS까지 출범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HPLS에는 총 58억달러를 투입한다. 현대제철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씩 참여한다.
HPLS는 여의도 면적의 약 2.5배에 이르는 737만㎡ 규모 부지에 들어선다. 전기로를 기반으로 직접환원철(DRI) 생산부터 열연·냉연·도금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는 자동차강판 중심의 일관제철소다.
연간 생산능력은 270만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인 180만톤을 자동차강판으로 생산하고 나머지 90만톤은 일반 강재를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4분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29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만든 직접환원철을 철스크랩과 함께 전기로에서 녹인 뒤 연속주조와 압연·도금 공정을 거쳐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
미국 제철소 건설은 북미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의 핵심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자동차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향후 미국 내 다른 완성차 업체까지 판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입지도 원료 조달과 제품 운송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널슨빌은 미시시피강과 철도 물류망을 이용할 수 있고, 약 7만톤급 파나막스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시설도 조성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높은 철강 관세도 현지 생산 필요성을 키웠다. 미국은 철강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조강 생산량이 8200만톤 수준인 데 비해 연간 철강 수입량은 2000만톤을 웃돈다. 특히 열연·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 판재류 수입 규모만 연간 1000만톤을 넘는다.
미국 정부는 2025년 6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렸다.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면 이 같은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 현지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인 생산 방식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직접환원철과 전기로를 결합한 생산 방식으로 기존 고로 공정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70% 줄일 계획이다. 루이지애나주 경제개발청도 HPLS가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약 70%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HPLS가 통상 장벽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북미 판매를 확대하는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부터 발전 분야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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