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열기, 겨울 난방 사용"…뉴욕 지하철역 '열회수 실험'

입력 2026-09-06 17:21   수정 2026-09-07 01:08

미국 뉴욕시가 여름철 38도까지 치솟는 지하철역의 열기를 포집해 겨울철 공공건물 난방에 활용한다. 100년 넘은 지하철의 고질적인 폭염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에너지 비용까지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맨해튼 남부 브루클린 브리지-시티 홀·체임버스 스트리트 복합역에 ‘열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뉴욕주 에너지연구개발청(NYSERDA)이 타당성 조사 비용 80만달러(약 11억원)를 지원한다. 사업성이 확인되면 내년 초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MTA는 사업이 성공할 경우 뉴욕 전역 472개 지하철역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 지하철은 여름철 ‘찜통’으로 악명이 높다. 일부 승강장 온도는 37.8도를 넘는다. 객차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여기서 발생한 열이 터널과 역사 내부로 배출되면서 승강장 온도를 오히려 끌어올린다. 환기구와 출입구가 많은 개방형 구조 탓에 일반적인 냉방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뉴욕 지하철에서도 가장 덥고 이용객 불만이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역은 평일 평균 1만8000명 이상이 이용한다. 제노 리버 MTA 최고경영자(CEO)는 “몇 도만 낮아져도 ‘극심한 고통’과 ‘그저 더운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여름철 지하철역에서 발생하는 열을 버리지 않고 땅속에 저장해뒀다가 겨울철 난방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승강장 아래 152m 이상 깊이까지 구멍을 뚫고, 여름철 역사 내부의 열을 물에 흡수시켜 지하로 내려보낸다. 이 열은 외부 기온의 영향을 적게 받는 지하 암반과 토양에 몇 달간 저장된다. 겨울이 되면 열이 저장된 물을 다시 끌어 올려 히트펌프로 온도를 높인 뒤 파이프망을 통해 인근 공공건물의 난방에 활용한다. 시청과 서러게이트 법원 등이 우선 연결 대상으로 거론된다.

난방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마크 레빈 뉴욕시 감사관은 “맨해튼 시청 건물 난방비에만 매년 약 150만달러가 들어간다”며 “지하철 폐열을 활용하면 시 소유 건물의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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