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상 승인을 도운 바이오 업체 제넨셀의 투자자 명단에는 코스닥시장의 기업사냥꾼이 여럿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가조작과 배임 등으로 수사받은 전력이 있는 악명 높은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제넨셀 치료제 테마에 집단적으로 편승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소액주주들이 김 후보자의 청탁 의혹에 민감해하는 이유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넨셀을 창업한 강세찬 경희대 교수가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한 건 2020년 5월이다. 그는 “선학초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며 다수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선학초는 지혈, 항염증 등 치료에 쓰이는 약초다. 새 치료제에 대한 ‘큰손’ 투자자의 관심은 점점 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넨셀 임상 승인은 투자 전제조건이었다.
김 후보자와 강 교수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양수진 씨는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와의 과거 통화에서 “교수님 회사가 식약처 승인만 뜨면 원 회장님 투자 유치가 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코스닥시장 큰손 투자자인 원영식 전 초록뱀미디어 회장으로 추정된다. 원 회장은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이끄는 KH필룩스에 자금을 댔다. KH필룩스는 2020년 11월 제넨셀에 투자해 주가가 세 배 넘게 뛰었다. 이후 바이오 신사업 등을 추진한다며 2021년에만 73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찍고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3년 빗썸 관계사 배임 혐의로 구속된 원 회장의 소속 투자조합이 당시 일부 CB를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제넨셀 관련 투자자 명단엔 여러 이름이 올라 있다. 2021년 5월엔 김형준 당시 대표가 이끌던 에이티세미콘이 등장한다. 에이티세미콘은 2021년 5월 리더스기술투자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한 뒤 이 투자사를 “제넨셀 지분을 취득한 유망한 곳”이라고 밝혔다. 리더스기술투자는 이후 ‘CB 공장’으로 탈바꿈해 사모펀드 JC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 투자 등을 도왔다. 김 대표는 2023년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세종메디칼은 제넨셀의 임상 승인 직전 자금을 댔다. 세종메디칼은 김 후보자가 제넨셀 임상 승인을 돕던 2021년 10월 113억원을 들여 제넨셀 최대주주에 올랐다. 앞서 공개된 양씨 녹취록엔 “승인이 안 떨어졌으면 교수님이 돈을 뱉어냈어야 됐어. 67억원”이란 발언이 나온다. 당시 세종메디칼은 이재철 타임인베스트먼트 대표 측으로 주인이 막 바뀐 상태였다. 코스닥시장 ‘M&A 큰손’ 남궁견 판타지오 회장도 자금을 댔다.
세종메디칼 큰손 투자자들은 2021년 10월 26일 제넨셀 임상 승인 이후 대량 매도에 나서 큰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준민 전 회계사의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다. 2022년부터 세종메디칼과 리더스기술투자가 줄줄이 이 전 회계사 측으로 넘어갔다. 제넨셀은 또다시 코로나19 치료제 ‘유망 파이프라인’으로 시장에 소개됐다. 이 전 회계사는 카나리아바이오그룹 등의 시세조종 혐의로 1심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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