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3 세제 개편안에서 2028년부터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줄이고, 2029년에는 보유기간에 대한 공제를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제 한도 역시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순차 하향됩니다. 이 같은 세제 혜택 축소 및 폐지 추진이 가시화하면서 지난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고가주택 장기보유 매도인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4704명이던 서울시 전체 매도인 수는 8월 4632명으로 약 2%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강남 3구는 779명에서 921명으로 18% 증가했습니다. 특히 8월 강남 3구 집합건물 매도인 통계를 보면 장기보유자의 매도세가 뚜렷합니다. '10년 초과 15년 이하' 보유자는 372명으로 전체의 40% 증가했고, '20년 초과' 보유자는 335명으로 36% 늘었습니다. '15년 초과 20년 이하' 보유자는 28% 증가했습니다.
반드시 강남 3구에 거주할 필요가 없는 은퇴자는 고가주택을 선제 매도한 뒤, 주택연금 수령이 가능한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밀집 지역으로 이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장기보유 매도로 현금이 풍부하고 연금에 여유가 있다면 마곡이나 의왕 등에 최근 준공된 최고급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자택에서 재가요양과 주택연금을 동시에 누리며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려면 교통과 생활 SOC(사회간접자본)가 잘 갖춰진 지역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외곽이나 과천, 광명, 구리, 하남, 동탄 등 경기도 신도시가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강북권에서는 역세권 대규모 재개발 지역이, 금·관·구 일대에서는 준공업지역 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지역이 은퇴자의 주목을 받습니다. 서울은 어디든 대형병원,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 공원 및 한강 고수부지 등 인프라가 탁월합니다. 다만 한강벨트는 정비사업 이후 다시 고가 아파트로 탈바꿈해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선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도 신도시는 성격에 따라 은퇴자에게 적합한 곳과 신혼부부·중장년층에게 적합한 곳으로 나뉩니다. 지하철이 직결된 곳이 있는가 하면, 대중교통은 다소 불편해도 생활 SOC가 충실히 갖춰진 곳도 있습니다. 특히 GTX가 연결된 신도시는 서울 내 대형병원 등 다양한 인프라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내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는 사실상 실버타운의 역할을 대행해 줍니다. 우수한 커뮤니티 시설을 비롯해 상가 내 편의점, 내·외과, 치과 등 고령층 필수 의료시설이 입점해 있고 24시간 배달 서비스까지 원활하기 때문입니다. 교통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이 해결되고 응급의료 서비스까지 지원된다면 노후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도쿄는 마루노우치 등 도심 용적률을 2000%까지 대폭 상향해 대규모 재건축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청년층은 도심으로 회귀했고, 도쿄 주변 신도시는 은퇴자와 고령층을 위한 배후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서울 역시 재개발·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되면 도심은 직주근접과 학군을 원하는 신혼부부 및 중년층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반면 은퇴자 등 고령자는 보유세 부담이 작은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신도시로 밀려날 공산이 큽니다.
따라서 향후 경기도 내 신도시를 조성할 때는 노년층에 필수적인 생활 SOC 중심의 도시계획이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직주근접을 명분으로 내세운 업무시설 용지가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로만 채워지고, 대규모 상업시설 용지는 생활형 숙박시설로 변질하거나 공터로 방치되는 낭비를 막아야 합니다.
이제는 역세권에 은퇴자와 고령자를 위한 주거단지를 우선 배치하고 생활 SOC를 밀착시켜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닥치고 공급'에서 벗어나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급이 어디에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나아가 급증하는 고령층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가적 차원의 고민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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