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최상단' 장비까지 손댔다…삼전닉스 위협하는 中의 질주 [강경주의 테크X]

입력 2026-09-08 22:23   수정 2026-09-08 22:38

'반도체 최상단' 장비까지 손댔다…삼전닉스 위협하는 中의 질주 [강경주의 테크X]


화웨이가 중국산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국산화를 주도하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이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설계와 제조에 이어 '반도체 생태계의 최상단'으로 꼽히는 노광장비까지 중국의 추격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화웨이가 중국 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광장비 산업 전반에 투자하면서 현지 장비업체들이 SMIC 등 중국의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계약을 맺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 위량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이 관계자들은 밝혔다.

2022년 상하이 푸둥신구에 설립된 위량성은 비상장사여서 매출이나 수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알려진 사실은 위량성 지분 50%는 상하이 시정부 산하 벤처캐피털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사이캐리어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캐리어는 선전시 정부 산하 벤처캐피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이캐리어의 주축이 화웨이의 정밀 장비 개발팀 팀원이라는 점에서 중국 업계는 사이캐리어를 화웨이 관계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량성은 중국 최초의 첨단 DUV 노광장비를 공동 개발했으며, 해당 장비는 현재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업체와 화웨이 자체 생산라인에서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량성은 장기적으로 이 장비를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 활용한다는 목표다.

노광장비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추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네덜란드 ASML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국산 장비는 투영렌즈와 고출력 광원 등 핵심 부품에서 뒤처져 있다. 화웨이는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핵심 부품업체에도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하보' 등은 초정밀 광학부품을 개발하는 중국 업체와 DUV용 고출력 광원 업체 등에 자금을 투입했다.

중국은 그동안 화웨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 역량을 키우고, SMIC는 파운드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램, 나우라와 AMEC는 식각·증착 장비를 각각 육성해 왔다. 여기에 노광기까지 자체 공급이 가능해질 경우 극자외선(EUV) 노광기가 필요한 최첨단 공정을 제외한 상당수 반도체를 자국 기술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다만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번스타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린칭위안은 단순히 DUV 시제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수천 개의 협력업체와 고객사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이를 조율할 중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량성은 올해 말까지 DUV 장비 12대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ASML과 경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량성 장비가 ASML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하려면 수년에 걸친 검증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SMIC 등 주요 중국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산 DUV 장비를 구매해 시험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에서는 여전히 ASML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장비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린 애널리스트는 규제로 중국 반도체 제조사와 자국 장비업체 간 협력이 강화되면 DUV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DUV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SMIC와 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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