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들이 이직을 멈추고 있다. 작년보다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는 근로자는 오히려 줄었다. 기업도 사람을 새로 뽑거나 내보내지 않는 ‘저채용·저해고’ 현상이 굳어지면서 미국 노동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해고와 자발적 퇴사를 합친 퇴직률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채용률도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이 버거 버닝글래스연구소 노동경제학자는 “사람들은 외부의 다른 선택지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8월 16만2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올해 월평균 일자리 증가 폭은 약 8만개로 지난해 1만개보다 크게 개선됐다. 실업률도 4.1%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2024년 월평균 12만2000개와 비교하면 고용 증가세는 여전히 약하다.

특히 화이트칼라에서 ‘직장 사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늘어난 일자리의 3분의 1 이상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나왔고 데이터센터 투자 붐의 수혜를 받은 건설업과 지난해 관세 충격을 받았던 제조업도 고용이 증가했다. 반면 사무직에서는 기존 근로자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서 새로운 구직자가 들어갈 빈자리 자체가 줄고 있다.
근로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구직자의 취업은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27주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실업자는 약 200만명으로, 8월 전체 실업자의 27%를 차지했다. 2년 전 약 21%에서 크게 높아졌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서도 취업자와 실업자 가운데 지금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좋은 시기’라고 답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특히 이직을 통해 임금과 직급을 높여온 젊은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WSJ는 “과거에는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야망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보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하는 것 자체의 가치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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