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는 없애고 코인만 22% 과세?”…유예·폐지 청원 잇따르는 이유 [꿈틀대는 디지털 금②]

입력 2026-09-18 06:00  

“금투세는 없애고 코인만 22% 과세?”…유예·폐지 청원 잇따르는 이유 [꿈틀대는 디지털 금②]

[커버스토리]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주요국을 중심으로 제도권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정작 한국 시장은 민심의 거센 반발과 준비 안 된 제도 속에서 투자자와 자본이 이탈하는 거대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제도적 인프라 확립과 산업 육성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반면, 과세 체계의 불확실성과 형평성 논란은 국내 투자자와 자본을 해외로 내몰며 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50만원 넘으면 세금 22%
“코인 자금은 이미 대한민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코인 과세를 2년 유예해 주세요.”

지난 8월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 내용이다. 청원인은 과세 체계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되는 과세가 오히려 코인 거래소의 매출 급감과 법인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세 인프라부터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청원은 현재 마감일 10일을 앞두고 동의 수 4만 명에 육박했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5월 등록된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은 불과 8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으로 회부된 바 있다. 과세 유예 및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5만 명 선을 돌파하는 것은 그만큼 현장의 반발과 불확실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기획재정부의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에 세금이 매겨진다.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세 가지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될 변화는 공제 한도와 세율이다.

우선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팔거나 빌려주어 얻은 연간 순이익 중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된다. 예컨대 1년 동안 코인으로 1000만원의 이익을 냈다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나머지 750만원의 22%인 16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논란이 되었던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것과 달리 코인 시장에는 빽빽한 과세 틀이 적용되는 셈이다.

두 번째 변화는 세금이 매겨지는 ‘시점’이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코인을 팔아 현금(원화)으로 계좌에 출금할 때 비로소 세금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세법의 기준은 다르다. 원화로 바꾸지 않고 비트코인으로 이더리움을 사는 등 ‘코인끼리 교환’하는 행위 역시 기존 코인을 팔고 새 코인을 산 ‘양도’로 본다. 즉 통장에 현금으로 찾지 않았더라도 코인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발생했다면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

셋째, 세금 납부 방식이다. 국내 주식처럼 거래소가 알아서 세금을 떼어 국가에 대신 내주지 않는다. 투자자 스스로 1년 동안의 모든 거래 기록을 계산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국세청에 직접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손실이 났더라도 다른 소득이나 다음 해로 이월해 차감받는 ‘이월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해외 지갑·교환 거래까지 일일이 적으라고?
문제는 과세 시행이 다가왔음에도 현장의 과세 체계와 인프라는 투자자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허점투성이라는 점이다. 해당 과세 제도는 당초 2025년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제도 시행 등의 사유로 세 차례 유예됐다. 그러나 과세를 유예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 전 다시 똑같은 이유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우선 ‘250만원’이라는 낮은 공제 기준부터가 발목을 잡는다. 가상자산 잔고가 500만원 이상만 되어도 세금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을 만큼 기준이 빡빡하다.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 약 112만 명에 달해 가상자산 소득세를 신고납부 할 수 있는 개인 납세자가 적지 않은 수준이다. 주식과 달리 코인은 거래소가 알아서 세금을 떼어주지 않는다. 세금 신고를 해본 적 없는 수백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일일이 매매 기록을 찾아 장부를 적고 직접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인프라 미흡으로 매매 기록을 찾는 것부터 난관이다. 취득가액 산정 시 국내외 거래소뿐 아니라 개인 지갑 내역을 모두 통합해야 하지만 수량과 수수료 등을 투자자가 직접 확보해야 하는 데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간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자료 제공에도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겪을 혼란은 물론 소액 세금을 거두기 위해 국세청이 투입해야 할 행정력 소모도 극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 시장의 다양한 거래 형태를 세법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점도 크나큰 맹점이다. 현행 세법은 코인을 사고파는 거래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코인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예치 서비스(스테이킹), 공짜로 코인을 나눠주는 에어드롭,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복잡한 거래가 수시로 일어난다. 심지어 달러화 가치에 맞춰진 스테이블코인(테더 등)의 경우 일반 달러를 환전해 얻은 차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으면서 코인이라는 이유로 22% 세금을 물리는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과세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부재한 실정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팔거나(양도) 빌려주어(대여)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파는 ‘양도’의 경우 원화 시장에서의 매도는 물론 코인끼리 바꾸는 교환거래까지 명확히 범위를 정한 반면, 코인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대여’ 소득에 대해서는 세법상 구체적인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코인 특성을 무시한 채 위험은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도 문제다. 주식시장은 올해 큰 손해를 보면 다음 해 이익에서 이를 빼주는 ‘손실 이월공제’가 가능하지만 코인은 당해 연도가 지나면 끝이다. 작년에 1억원을 잃고 올해 1000만원을 벌었더라도 올해 번 1000만원에 대해 예외 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 여러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오가며 거래해 온 투자자가 과거의 구매 기록을 증명하기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억울한 세금폭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

정부가 과거 거래 기록 입증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양도가의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맹점이 크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이용하다 증빙을 놓친 투자자가 코인을 손절매할 경우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팔았음에도 세법상 이익을 본 것으로 계산되어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코인 거래의 특성과 세밀한 인프라 공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자에게 증명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면서 형평성 논란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과세 문턱을 없애주면서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만 빽빽한 과세 틀을 유지하려 하자 시장에서는 “코인 투자자만 차별한다”는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촘촘하지 못한 규제와 과세 환경은 결국 국내 자본과 산업의 해외 이탈이라는 거대한 기회비용을 낳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동한 자금은 약 70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다양한 가상자산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과세 기준마저 불투명해지자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금융으로 눈을 돌리며 대규모 국부 유출이 현실화된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손실은 더욱 뼈아프다.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법인 투자 허용, 발행·공시 체계 정립,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을 담아야 할 2단계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논의는 국회에서 우선순위에 밀려 멈춰 서 있다.

최근 정부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연내 제정과 함께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지원 방침을 밝혔으나 실제 상품이 출시되고 자금이 유입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 홍콩 등 주요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며 대규모 기관 자본을 흡수하고 일본 역시 관련 법 개정을 마치고 ETF 도입을 앞둔 것과 대조적이다.
정계·학계 한목소리 “현실화 먼저”
정부는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국회에서는 과세 폐지(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안)나 시행 시점 연기(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안)를 담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오는 10월 국정감사 주요 쟁점으로 ‘가상자산소득 과세 시점의 적정성’을 제시하며 과세 인프라 미흡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과세 체계가 가상자산의 복잡한 거래 유형과 자산적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조세법학회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킹, 렌딩, LP, 에어드롭 등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세부 소득 구분이 시급하다”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손익 실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성을 고려해 손실 이월공제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과세 인프라 구축과 세원 포착 유인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는 “현행 250만원인 과세최저한을 납세협력비용과 징세비용을 고려해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세율 차등화 등 유인책을 통해 세원을 투명하게 포착하고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소 이용에 따른 조세 저항과 세수 일실을 막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