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감금됐던 한국인 300명, 美 정부에 손배 청구

입력 2026-09-16 05:01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절차에 들어갔다.

15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는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에 따른 ‘행정 청구’를 시작했다.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연방기관에 먼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다. 청구 대상에는 국토안보부(DHS), 이민세관단속국(ICE), 관세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등 9개 연방기관이 포함됐다.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조지아주 한인 변호사는 연말까지 9개 기관에 대한 청구를 마칠 계획이라고 CNN에 밝혔다.

첫 번째 청구인의 서류가 관련 기관에 우편으로 발송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도 CNN에 제공했다.

첫 번째 청구인 김모씨는 청구서에서 불법 감금과 절차 남용, 고의적인 정신적 고통 등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압수된 소지품과 근로 손실,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김씨는 ICE 시설에서 7일간 구금됐으며 “모욕적인 생활 조건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CNN이 인터뷰한 다른 노동자들도 체포 당시 충분한 설명이나 통역을 받지 못했고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신원 공개를 거부한 노동자 4명은 유효한 비자로 일하고 있었으며 체포 당시 구금 사유를 듣지 못했다고 CNN에 말했다.

변호사는 이번 법적 대응의 목적에 대해 미국 정부가 당시 단속 과정에서 “엄청나고 부당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현지 인력 운용 문제가 불거진 사례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면서 43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고,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내 관련 사업을 포함한 투자 규모를 126억달러로 제시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CNN에 ICE가 불법 고용 관행 및 중대한 연방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사법적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CBP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라고 했으며, 해당 자료에는 체포된 이들이 비자 또는 체류 자격 조건을 위반해 불법으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이민 당국은 지난해 9월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당시 중무장한 단속 요원들이 노동자들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우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논란이 일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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