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놓고 미국 측과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지분 15% 이상을 확보해 이사회 참여 등 경영 관여가 가능해야 투자 실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측은 현재 5~10% 수준의 지분 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정치권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국회 보고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와 관련한 협상 상황을 언급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미국 측으로부터 웨스팅하우스 지분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받고 투자 구조와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향후 원전 수출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투자 실익을 확보하려면 15% 안팎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기업의 원전 시공 참여 기회를 넓히는 것은 물론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수출 통제, 지식재산권 문제 등을 협상할 때도 한국 측 입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측은 5~10% 수준의 지분 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원하는 지분율과 차이가 있는 만큼, 실제 투자 규모와 함께 이사회 참여 및 의결권 등 투자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변수로 꼽힌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캐나다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가 51%, 캐나다 우라늄 광산업체 카메코가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웨스팅하우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뤄지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성격이 짙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예비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웨스팅하우스 소유권은 캐나다 자본에 있지만, 원전 원천 기술이 미국 원자력법의 통제를 받는 탓에 지분 매각과 해외 수출 등 핵심 결정에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 규제와 승인 권한이 작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이번 지분 투자 협상도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원전 기술과 수출통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으로 평가된다.
미국 측에서도 한국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웨스팅하우스가 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원전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이 프리IPO 투자자로 참여하면 자금 조달뿐 아니라 향후 원전 사업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측의 경영 참여 범위는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서는 원전 수주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 측에 이사회 참여 등 경영 관여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를 놓고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은 지난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수출 1기당 1조원이 넘는 로열티 및 용역 구매를 제공하고, 유럽 등 선진 시장에 독자 진출하는 것을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의 50년 장기 합의문을 체결했다.
이번 지분 투자는 기존 협력 관계에서 한국 측의 영향력을 높이고 향후 원전 수출 과정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지분을 보유한다고 해서 미국의 원전 수출 규제나 기술 관련 의사결정에 대한 한국 측 권한이 자동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지분율과 별개로 이사회 참여 여부와 의결권, 기술 및 수출 관련 권한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포함한 구체적인 투자 구조와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와 원전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며 세부 조건을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협상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많은 이슈에서 합의에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 사인을 할 때까지는 쟁점이 남아 있다"며 "사인을 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르면 17일 국회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첫 사업과 세부 내용을 보고하고, 18일 업무협약(MOU)에 최종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과 미국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상업적 타당성 등을 고려해 당장 투자 규모를 확정하기보다는 향후 투자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수준의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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