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0원까지 급락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300원대 환율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단기적으로 환율이 반등할 수는 있지만,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원화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16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외 증권사와 은행 외환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각각 9명이 연말 환율을 달러당 1300~1350원, 1350~1400원으로 전망했다. 2명은 1400~1450원을 꼽았고, 1250~1300원을 예상한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이날 환율은 고유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경계감 등이 겹치며 오후 3시30분 기준 9.2원 오른 1368.6원을 기록했다.
연말 환율을 달러당 1350~1400원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기업이 올해 법인세 납부, 주주 환원 등에 필요한 원화를 대부분 확보한 데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 국민연금 환헤지 중단 등을 고려하면 연말 환율은 1300원대 중반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환율을 1300~1350원으로 전망한 전문가들은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 무게를 뒀다.
내년에는 원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 21명 중 4명이 내년 상반기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1300~1350원과 1350~1400원을 예상한 사람은 각각 8명이었고, 1400~1450원은 1명에 그쳤다.

절반 이상 "내년까지 강세 지속"…경상수지 흑자로 구조적 전환
최근의 원화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묻는 항목에는 가장 많은 9명이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일시적 조정”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4명에 그쳤다. 4명은 원화 강세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고, 나머지 4명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원화 강세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며 달러 공급 기반이 확대된 만큼 과거처럼 환율이 다시 1600원대를 넘보는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석진 하나은행 외환 딜러는 “최근 환율이 200원가량 급하게 하락한 만큼 연말까지 소폭 반등은 하겠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의 수출 호조세는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환율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내 1200원대까지 진입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6명은 “이른 시일 내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ADR을 통해 조달한 달러의 원화 환전이 마무리된 데다 중동 전쟁 장기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돌입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200원대 진입 시점으로 내년 하반기와 1분기를 꼽은 응답이 각각 5명이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극심한 이유(복수응답)로 ‘수출기업의 추종매매와 달러 매도 물량의 비대칭적 출회’를 꼽은 응답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화 약세를 예상해 달러를 쥐고 있던 기업들이 시장 심리가 바뀌자 급격히 달러를 매도해 변동성을 키웠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자금 유출입 확대’를 지목한 전문가도 12명에 달했다.
환율 급등락은 기업 경영에도 부담이다. 20명은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 ‘기업의 환위험 및 수익성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달러로 매출을 올리는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이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원화 강세는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속도 조절론과 글로벌 금리 상승세로 증시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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