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에 납 먼지·농약까지…신발 신고 집 들어갔다간 '큰일'

입력 2026-09-16 21:13  

신발 밑창에서 최대 8000만개의 세균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도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외부에서 묻은 박테리아와 납 먼지, 농약 등 유해물질이 신발을 통해 실내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16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생활 방식이 위생적인 습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신발 밑창에는 상당한 양의 세균이 묻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대 연구진이 2008년 야외에서 3개월간 신은 신발 26켤레를 조사한 결과 신발 안팎에서 3600개에서 최대 8000만개의 세균이 검출됐다.

특히 대장균이 흔하게 발견됐다. 연구를 이끈 찰스 거바 애리조나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조사 대상 신발 밑창의 약 80%에서 대변 유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세균은 주로 공중화장실 바닥에서 묻은 것으로 추정됐으며 개나 새 등이 있는 야외에서도 신발에 달라붙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발에 묻은 세균이 실제 집 안 바닥까지 옮겨질 가능성도 확인됐다.

200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살균된 부츠를 신고 야외를 걸은 뒤 검사한 결과 부츠의 70%에서 여러 종류의 장내 세균이 검출됐다. 이후 해당 부츠를 신고 살균된 바닥을 걸었더니 신발에 묻어 있던 세균의 절반가량이 바닥으로 옮겨졌다.

알레산드라 레리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신발 밑창이 외부 환경의 대변 유래 박테리아를 실내로 옮기는 주요 매개체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발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세균뿐만이 아니다. 외부에서 묻은 납 먼지와 농약, 각종 인공 화학물질도 신발에 붙어 집 안으로 유입될 수 있다. 거바 교수는 특히 현관 주변의 오염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손을 입에 자주 가져가는 영유아는 이 같은 오염물질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알려지면서 미국인의 생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023년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63%는 집에 돌아오면 신발을 벗는다고 답했다. 손님에게도 신발을 벗어달라고 요청한다는 응답은 24%였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방문객에게 신발을 벗도록 요청한다는 비율은 18~29세에서 44%에 달했다. 반면 45~64세는 13%, 65세 이상은 7%에 그쳤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보건당국도 신발을 벗는 생활을 권장하고 있다. 인디애나주 보건당국은 올해 신발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납 성분을 줄이기 위해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도록 권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레리 교수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미 이런 관습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더 위생적인 생활 방식"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일수록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데 적극적인 만큼 미국에서도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는다'는 생활 방식이 점차 보편화할지 주목된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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