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150억' 쓸어담았다…매출 170% 폭등한 한국 제품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09-21 07:00   수정 2026-09-21 07:16

홍콩서 '150억' 쓸어담았다…매출 170% 폭등한 한국 제품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지난 16일 홍콩 참사추이 일대의 한 대형마트 식품 코너. 한국 라면 옆에 소주와 과자, 음료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한국 식품 코너’에 몇몇 제품을 따로 모아둔 과거와 달랐다. 현지 소비자가 평소 장을 보는 일반 매대 곳곳에 한국 제품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식품업계가 홍콩을 주목하는 것은 시장 규모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홍콩 인구는 751만 명으로 한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홍콩에서 소비되는 식품의 약 95%는 수입산이다. 자유무역항인 홍콩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수입 관세도 없다.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 식품업체가 비슷한 조건에서 매대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국내 식품업체에는 제품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장인 셈이다. 높은 관세나 자국 산업 보호 장벽의 도움 없이 맛과 가격, 브랜드 인지도로 승부해야 한다. 홍콩에만 1만7600곳이 넘는 식음료 매장이 있어 신제품을 시험하기에도 유리하다.



소비자는 홍콩 주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4989만 명으로 현지 인구의 여섯 배를 넘었다. 중국 본토 관광객이 3783만 명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홍콩 매대에서 한국 식품을 접한 소비자가 중국 본토와 다른 아시아 국가로 돌아가는 구조다. 홍콩에서 바로 중국 본토 수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아시아 소비자의 반응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 식품 수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즉석식품 수입액은 3116만달러로 전년보다 22.1% 증가했다. 홍콩 전체 즉석식품 수입 증가율(10.6%)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산 점유율은 아직 1.9%에 불과하지만 증가세는 주요 수입국보다 가파르다.

라면에서 시작한 인기는 소주와 과자, 음료 등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산 증류주 수입액은 2023년 3100만홍콩달러에서 지난해 8400만홍콩달러로 171% 늘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물론 드러그스토어와 뷰티숍에서도 한국산 단백질 음료와 건강 간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히트 상품에 머물렀던 K푸드의 외연이 하나의 상품군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 10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라면 수출은 21.9% 증가한 15억2140만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소스류도 4억1190만달러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라면과 김치 중심이던 수출 품목이 한국식 매운맛을 앞세운 소스와 과자, 음료 등으로 다양해졌다.

홍콩은 서울과 생활 조건이 비슷하면서도 소비가 더 압축된 도시다. 높은 주거비와 좁은 주거 공간 때문에 외식과 간편식 시장이 일찍 발달했다. 세계 각국의 브랜드가 한정된 상권과 매대를 놓고 경쟁하고, 그 결과가 관광객을 통해 아시아 각국으로 퍼진다.

홍콩 대형마트의 매대 한 칸을 차지했다는 것은 인구 750만 명 시장에 제품을 내놨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K푸드가 다음 어느 시장으로 확산할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아시아의 전초전에 진입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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