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퇴출 1순위" 공포 덮쳤는데…'귀한 몸 된다' 대반전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입력 2026-09-20 14:00   수정 2026-09-20 14:38

"AI 시대 퇴출 1순위" 공포 덮쳤는데…'귀한 몸 된다' 대반전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최근 중간관리자 직급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위로는 경영진이 인공지능(AI) 도입과 조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해당 직급을 줄이고, 아래로는 직원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관리직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중간관리자가 몇 년 뒤에는 구하기 어려운 핵심 인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진과 직원을 연결하고 조직의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는 이들의 역할을 기업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버와 인텔, 코인베이스 등 미국 주요 기업은 최근 중간관리자 감축에 나섰다. WSJ은 “최고 경영진은 이들을 혁신을 막는 불필요한 장애물로 여긴다”고 했다.

AI가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직원들이 중간관리자에게 의존했던 단순 문의를 AI가 처리하고, 일정 관리나 정보 전달 등의 조율 업무까지 자동화하고 있어서다. 데이비드 데밍 하버드대 학장은 “관리자는 직접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지 않지만, 자원을 배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기능은 일부 기술 도구로도 상당히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조지타운대 교육·인력센터(CEW)는 2032년 미국에서 관리직 인력이 290만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주요 직종 중 가장 큰 규모다. 2위와 3위는 간호사(61만1000명)와 교수( 36만2000명) 직군이 차지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매들린 아델슨 조지타운대 CEW 정책분석가는 “관리직은 그 자리에 이르는 단일한 경로가 없다는 점에서 독특한 직군”이라며 “이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자는 특정 학력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다양한 직군에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인력 풀이 넓다. 문제는 앞으로 관리자가 되려는 사람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간관리자의 책임은 커지지만, 보상은 늘지 않고, 구조조정 때는 감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직을 기피할 유인이 커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관리자를 단순한 ‘업무 조율자’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WSJ은 “중간관리자는 종종 부하 직원에게 비공식적인 상담자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 어떤 직원끼리 일할 때 성과가 좋은지 판단하고 팀 내 갈등을 조정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경영진이 제시한 추상적인 목표와 전략을 구체화하는 역할도 맡는다. 동시에 일선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간에서 처리해 최고경영진이 핵심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WSJ은 “AI가 중간관리자를 대신할 거라 기대한 리더들은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처리해주던 인사 문제와 자잘한 의사 결정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팀 단위에서 전략을 실행하는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면 경영진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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