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GTX-C 노선이 들어오면 서울, 특히 강남까지 체감 거리가 확 줄어들잖아요. 공사가 제 궤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확실히 매수 문의가 늘었고 호가도 매일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올리고 있어요." (수원역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경기도 수원시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경기 남부권에 이른바 '반도체 머니'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숙원 사업이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본격적인 본공사에 착수하자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경기 남부 최대의 교통 요충지이면서도 강남 접근성 한계에 부딪혔던 수원역 일대가 광역 주거 거점으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인구 120만명의 수원은 명실상부 경기 남부의 최대 도시 중 하나다. 삼성전자 본사(수원 사업장)를 비롯해 화성·평택 반도체 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배후에 둔 직주근접의 핵심지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가 풍부하지만, 서울 주요 업무지구, 특히 강남권으로의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았던 데다, 수원역 전면부에 수십 년간 자리했던 성매매 집결지와 낡은 유흥가 등 열악한 정주 환경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AK플라자와 롯데몰 등 경기 남부 최고 수준의 쇼핑·유통 인프라를 품고 있으면서도 3040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주거 선호도가 낮았던 이유다.
그러나 2021년 성매매 집결지가 전격 폐쇄·철거되고 도로 확장과 주거 복합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팔달 재개발 지구(6·8·10구역)와 권선6구역 등을 통해 1만2000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신축 아파트 타운이 들어서고, GTX-C 본공사 착공까지 더해지며 수원 원도심이 수원 전체 집값을 견인하는 핵심축으로 부활하고 있다
수원의 주거 축은 시대별 교통 및 정주 여건 변화에 따라 이동해 왔다. 과거 팔달구 중심의 1세대 원도심 시대를 지나, 삼성전자 배후 주거지로 조성된 영통·매탄지구가 2세대 중심지로 부상했고, 2010년대 이후에는 신분당선 호재를 등에 업은 광교신도시가 3세대 대장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수원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시 원도심으로' 향하는 4세대 주거 패러다임 변화가 포착된다.
어두운 정주 환경을 털어낸 수원역 일대에 폭발적인 촉매제가 된 것은 단연 GTX-C 노선이다. GTX-C 노선은 경기 양주 덕정역을 출발해 서울 청량리·삼성·양재 등 핵심 도심을 거쳐 수원역과 상록수역 방면을 연결하는 총연장 86.6㎞의 광역급행철도 망이다.
2024년 착공 기념식을 개최했으나 실제 본공사 착수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최근 본공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60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31년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눈으로 확인되는 공사 진행 현황에 시장의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GTX-C 노선이 개통하면 수원역의 서울 접근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수원역에서 삼성역까지 이동시간은 기존 약 70분에서 27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강남역까지는 55분에서 22분, 고속터미널역까지는 49분에서 27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수원역 주변 주거지는 기존 '수원 도심 역세권'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강남 20분대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광역 역세권'으로 위상이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원역은 이미 1호선, 수인분당선, KTX, 경부선·호남선 일반철도가 교차하는 경기 남부 최대 환승역이다. 여기에 GTX-C 노선이 더해지고, 향후 수원발 KTX 직결사업과 도시철도 트램 사업까지 완성되면 무려 5개 이상의 노선이 얽히는 수도권 유일무이의 '펜타 역세권'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같은 환경 개선과 교통 호재는 즉각 아파트 매매가 통계와 실거래가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둘째 주(14일) 기준, 수원시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46% 올라 경기도 평균 상승률(0.18%)을 두 배 이상 크게 웃돌았다. 자치구별로는 영통구(0.61%), 권선구(0.42%), 팔달구(0.39%), 장안구(0.30%) 등 수원시 전역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누적 상승률은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9.13%를 기록 중이다.
단지별 거래 가격을 살펴보면, 대장주 단지들의 가격 회복세가 돋보인다. 수원시 팔달구의 대표 신축 대단지인 '수원역푸르지오자이'(2021년 입주·4086가구) 전용면적 84㎡는 최근 9억6000만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 8억6000만 원에 거래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석 달 사이에 매매가가 1억원 오른 셈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21년 5월 기록한 전고점(11억원) 재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근 팔달 재개발의 핵심 단지인 '매교역푸르지오SK뷰'(2022년 입주·3603세대) 전용 84㎡는 지난 9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6월에 9~10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에서 2억원 가까이 시세가 올랐다.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2022년 입주·2586가구) 전용 84㎡는 최근 9억원대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졌고, 호가는 1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오름세는 신축 대단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수원역 인근 구축 아파트 단지로도 투자 및 실수요 매수세가 확산했다. 수원시 권선구의 '센트라우스'(2005년 입주·1094가구) 전용 84㎡는 최근 7억1000만 원에 실거래되며 7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지난 5월 6억원 초·중반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약 1억원 올랐다.
센트라우스 인근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원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 조건에 신축 대비 매매가가 저렴하다 보니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의 문의가 매우 많다"며 "GTX 본공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가격을 낮춘 급매물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수원역 주변이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것 역시 단순한 노후화나 슬럼화가 아닌 대규모 도시 재정비와 도로 정비가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으로 풀이된다. 과거의 성매매 집결지라는 어두운 그늘을 완전히 털어내고, 완비된 유통 인프라 위에 펜타 역세권 교통망과 쾌적한 대단지 주거 타운이 얹어지는 만큼, 수원역 일대 주거 환경의 개선 여력과 향후 집값 상방은 더욱 크게 열려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수원역 일대의 이번 상승세를 광교신도시 등 기존 고가 아파트 단지와의 '갭 메우기' 과정이자, GTX-C 착공이 가져온 생활권 변화의 시작으로 분석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GTX-C 개통은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줄여준다기보다는 생활권이 아예 바뀌는 효과를 낸다"며 "역세권 대단지와 실제 거래량을 보며 온전히 수혜를 받을 단지를 선별해서 매수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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