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높게 책정한 뒤 장학금으로 깎아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등록금 자체를 대폭 낮추고 있다. 학비 부담에 민감해진 학생과 학부모가 재정보조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지원을 포기하자 처음부터 실제 부담액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몬태나주의 캐럴칼리지는 2027년 가을부터 등록금을 40% 낮추기로 했다. 아이오와주의 코칼리지는 내년부터 약 45% 인하한다. 주립대의 주내 학생 등록금과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거나 학자금 대출이 필요 없는 재정보조를 약속하는 학교도 등장했다.
미국 대학들은 오랫동안 비싼 등록금이 높은 교육의 질을 보여준다고 여겼다. 명목가격을 낮추기보다 높은 등록금을 유지하면서 장학금을 주는 편이 학교의 위상을 지키고 학생에게도 혜택을 받았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높은 가격표가 학교의 수준을 알리기보다 지원자를 쫓아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 컨설팅업체 EAB의 브렛 슈레이더는 대학들이 경쟁 학교뿐 아니라 가정의 관심을 얻기 위해 가격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는 주로 소규모 사립대에서 시작됐지만, 명문대도 움직이고 있다. 코넬대의 고등교육 미래 보고서는 등록금 인하와 성적 장학금 도입을 검토할 태스크포스 설치를 제안했다.
캐럴칼리지는 여러 가격대에 따른 입학생 변화를 분석한 뒤 연간 등록금과 수수료를 2만6800달러로 정했다. 제니퍼 글로위엔카 총장은 학생들이 실제로 내는 금액에 가까우면서 다른 지역 주립대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명목 등록금을 너무 낮추면 성적·체육 장학금에 쓸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 추가 지원 여력도 남겼다.
코칼리지도 등록금을 3만1850달러로 낮춘다. 데이비드 헤이스 총장은 기존 가격이 학생들에게 겁을 줘 지원을 막았다며 새 등록금은 실제 부담액을 더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이 대학에서 등록금 전액을 낸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학생 1인당 평균 재정보조금은 4만달러를 넘었다.
등록금 인하는 저소득층의 진입 문턱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학술지 ‘리뷰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에 실린 연구에서는 명목 등록금을 크게 낮춘 대학의 저소득층 대상 연방 펠그랜트 수혜 학생 비율이 6.5% 증가했다.
일부 사립대는 주립대와 직접 가격 경쟁에 나섰다. 뉴욕주 마리스트대는 2027년부터 주내 거주자 가운데 가구소득이 20만달러 미만이면 등록금과 기숙사비·식비를 합쳐 연간 3만2000달러를 넘지 않도록 했다. 유니언칼리지는 뉴욕주 학생 대부분에게 연간 3만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거부감도 가격 정책을 바꾸고 있다. 미네소타주의 칼턴칼리지는 2027년 가을부터 재정보조 패키지에서 대출을 없애고 필요한 지원을 보조금과 장학금, 교내 근로로 충당한다. 아이비리그 대학과 애머스트·윌리엄스칼리지 등도 기준은 다르지만 무대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가격을 낮춘다고 학생 수가 계속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학비 변화가 개별 학생의 선택에는 영향을 주지만 전체 등록률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등록금 인하 직후 늘어난 관심이 장기적인 입학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 결국 대학들은 지원자가 처음 보는 가격을 낮추면서도 장학금 재원과 교육의 질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