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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강한 美 증시…10가지 이유와 5가지 변수 [박신영의 월가 아나토미]

입력 2026-09-30 10:54   수정 2026-09-30 13:21

고금리에도 강한 美 증시…10가지 이유와 5가지 변수 [박신영의 월가 아나토미]




미국 증시가 높은 금리에도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3.75~4.00% 수준이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5%를 넘나듭니다.

그런데도 S&P500지수는 9월 29일 기준 7670.84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7800선 부근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습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약 12%이고, 나스닥지수도 약 15%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국채금리 상승과 유가 급등 부담으로 장중 조정을 받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상승 추세가 무너졌다기보다, 높은 금리와 중동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를 소화하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버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통상 금리가 이 정도로 높아지면 주택과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도 둔화합니다. 결국 기업 이익과 주가도 압박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율 5.0%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를 견디는 10가지 이유
1. 미국은 서비스업 중심 경제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서비스업은 미국 명목 GDP의 61.3%를 차지하고, 재화 부문은 30.7%에 그칩니다.
제조업 중심 국가는 금리가 오르면 공장 증설과 설비 구입, 재고 조달, 운전자금 부담이 빠르게 커집니다. 자동차·기계·철강·화학처럼 대규모 설비와 차입이 필요한 업종은 투자 수익성이 먼저 악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의료·교육·정보기술·전문서비스·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와 소비 비중이 큽니다.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기존의 서비스 수요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금리 충격이 실물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자산을 많이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

야데니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순자산은 2026년 2분기 기준 97조4000억달러로, 전체 가계자산의 53%를 차지합니다.
이들은 주식과 뮤추얼펀드 35조2000억달러, 부동산 20조60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계부채 비중은 21%,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18%에 그칩니다. 예금과 머니마켓펀드 보유액도 약 9조6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세대에는 금리 상승이 차입비용 증가보다 예금과 머니마켓펀드의 이자소득 증가로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들의 소비는 노동소득보다 주가·집값·이자소득 변화에 더 민감합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는 동안 고금리가 소비를 급격히 꺾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3. 팬데믹 때 확보한 저금리 고정 대출
팬데믹 당시 확보한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도 미국 경제의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계는 2020~2021년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탔습니다. 기업도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2026년 1분기 연방주택금융청(FHFA) 기준 미국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금리 4% 이하 비중은 49.9%입니다. 3% 미만은 19.5%, 3~4%는 30.4%입니다. 5% 미만 비중은 66.7%, 6% 미만은 약 78%에 달합니다.

현재 신규 모기지 금리가 높더라도 기존 주택 보유자 다수는 여전히 낮은 이자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도 기존 대출의 월 상환액은 즉시 늘지 않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은 기존 부채보다 신규 차입 비용을 먼저 끌어올립니다. 새로 집을 사는 가계와 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크지만, 이미 저금리로 고정한 가계와 기업에는 충격이 늦게 전달됩니다.
4. 노동시장과 소비가 버텨
노동시장과 소비의 회복력도 중요합니다.
8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은 16만2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했습니다. 고용이 유지된다는 것은 가계에 월급이 계속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고금리로 신규 주택 구매와 자동차 할부 부담은 커졌지만, 실직이 급증하지 않는 한 소비가 갑자기 무너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2분기 실질 개인소비지출은 연율 3.4% 증가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예상보다 잘 버틴 것입니다.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으면 기업 매출도 급락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업 실적 전망과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힘이 됩니다.
5. 정부 재정지출이 수요 떠받쳐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도 성장의 버팀목입니다.
2026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의 5.8%로 전망됩니다. 지난 50년 평균인 3.8%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재정지출과 이전지출은 민간의 소득과 수요를 떠받치는 역할을 합니다. 고금리로 민간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경제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6. AI 설비투자가 새로운 성장축
민간에서는 AI 투자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는 2026년 약 8000억달러, 2027년에는 약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자금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 서버, 메모리, 네트워크 장비, 전력망, 냉각설비, 산업용 부동산, 건설 인력 수요로 폭넓게 확산됩니다.
2분기 기업 고정투자는 연율 8.4% 증가했습니다. 소비·기업투자·주택투자를 합친 민간 국내 최종수요도 연율 4.2% 늘며 3년여 만에 가장 강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7. AI 투자, 수주와 매출로

증시가 버티는 핵심 이유는 AI 투자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매출과 수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반도체뿐 아니라 서버·메모리·네트워크·전력장비·냉각장치·건설장비 수요를 함께 끌어올립니다.
캐터필러는 2분기 매출이 24% 증가했고, 건설장비 부문 매출은 35% 늘었습니다. 수주잔고는 721억달러에 달했습니다.
AI 투자가 기술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산업재, 전력, 건설, 장비업체 실적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8. AI의 성장축, 학습에서 추론으로 넓어져

AI 산업은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는 단계에서, 이를 실제 서비스와 업무에 적용하는 추론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검색·광고·콘텐츠 추천·코딩·고객 서비스·개인화 서비스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메타의 AI 모델과 개인화 서비스, 기업용 AI 에이전트 확대 등이 대표적입니다.
AI가 단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 효율과 소프트웨어 생산성, 소비자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9. 미국 대형 기업의 이익 체력 강해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투자 이전부터 강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클라우드와 오피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돈을 법니다. 알파벳은 구글 검색·유튜브 광고·구글 클라우드가 핵심 수익원입니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 아마존은 AWS와 전자상거래·광고 사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합니다.
이들 기업은 외부 차입만으로 AI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수익 사업에서 나온 현금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AI 투자 사이클이 쉽게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10. 미국을 대체할 투자처 없어

글로벌 자금이 미국 증시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도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은 성장·정책·산업 구조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더 큽니다. 반면 미국은 AI 플랫폼, 반도체, 클라우드, 에너지, 자본시장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미국 대형주, 특히 AI 관련 기업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배경입니다.
2부. 그래도 조심해야 할 5가지 변수
11. 추가 긴축과 실질금리 상승

그래도 조심해야할 게 있다면, 첫 번째 변수는 실질금리입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약 5.25%이고, 물가를 뺀 실질금리는 약 2.8%까지 올랐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에 투자해도 물가를 제외하고 연 2.8%가량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몇 년 뒤 수익을 내겠다는 AI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충분한지를 더 엄격하게 따지게 됩니다.

특히 지금 큰돈을 투자하고 수익은 수년 뒤에 내겠다는 AI·데이터센터 기업에는 부담입니다. 금리가 낮을 때는 먼 미래의 성장 기대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동안 국채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금리가 더 오르면 현재 이익보다 미래 성장 기대에 의존하는 AI 관련 기업의 주가와 장기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먼저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12. 주가, 이미 너무 올라

S&P500은 앞으로 1년 동안 벌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약 19~2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업 이익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믿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조금만 나빠져도 “현재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판단이 빠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장기 평균 이익과 비교하는 쉴러 주가수익비율도 약 40배 수준입니다. 2000년 닷컴버블 직전인 1999년 말의 약 44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 부근이지만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른 것은 아닙니다. S&P500 구성 종목의 중간값은 여전히 52주 최고가보다 약 16% 낮습니다.
결국 소수의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시장입니다. 이들 기업의 투자와 이익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지수 전체가 빠르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13. AI 투자는 결국 수익으로 증명돼야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메모리, 서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기업의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의 출발점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자체에서 충분한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는지는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기존의 고수익 사업에서 나온 현금으로 AI 투자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알파벳은 검색·유튜브 광고·클라우드, 메타는 디지털 광고, 아마존은 AWS와 전자상거래·광고,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와 기업용 소프트웨어·OCI에서 현금을 법니다.
시장의 질문은 AI에서 새로 창출하는 매출과 이익이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에 쏟아붓는 수천억달러의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느냐입니다.
14. 2027년, AI 수익화의 첫 시험대

AI 수익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은 클라우드에서 AI 컴퓨팅 사용료를 받고 있고, 메타는 AI 추천과 광고 타기팅 개선을 통해 기존 광고 매출의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수익이 전체 설비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커질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을 중요한 검증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매출은 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하는 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망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26년 약 100%에서 2027년 54%, 2028년 12%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이 AI 투자로 2027년까지 감소한 뒤, 2030년에는 약 5050억달러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2027년은 AI 매출 증가와 투자 속도 조절이 동시에 확인돼야 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AI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축소가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5. 재정적자와 장기금리의 악순환

미국 국가부채는 8월 40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2026회계연도 순이자지출은 연간 1조달러를 넘어 국방비를 추월했습니다.
시장성 국채의 평균금리는 3.48%로 5년 전보다 약 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국채가 만기를 맞을수록 정부는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합니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국채 발행이 늘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정부 이자비용이 늘고, 이는 다시 재정적자를 확대합니다.
여기에 이란전 장기화 가능성과 유가 상승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지면 장기금리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기업 역시 차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미국 회사채 발행액은 8월까지 12개월 기준 사상 최대인 3조달러에 달했습니다. 우량 대기업은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부채가 많고 현금흐름이 약한 기업은 더 높은 금리로 만기 채권을 갈아타야 합니다.
이자비용 증가는 투자 축소와 고용 둔화, 부도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6. 이익과 금리의 속도 싸움

미국 경제는 서비스 중심 구조, 저금리 고정 부채,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소득, 견조한 노동시장, 대규모 재정지출, AI 설비투자 덕분에 고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 경제의 회복력은 기업 매출과 이익의 바닥을 높였습니다. AI 메가캡이 지수를 이끄는 가운데 소비와 기업투자가 이어지면서, AI 밖의 기업들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질금리가 더 오르거나, AI 투자 수익화가 늦어지거나, 재정적자가 장기금리를 계속 밀어 올리면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미국 경제와 증시의 운명은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됩니다.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높은 금리의 압박을 계속 이겨낼 만큼 빠를 수 있느냐입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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