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극심한 치통에 시달려 응급실을 찾았지만 치아를 치료받은 다음 날에도 똑같이 위턱 어금니가 여전히 아프다면 이는 치아가 아니라 ‘상악동’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나와 이비인후과에서 축농증 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좀처럼 낫지 않아 정밀 검사를 해보면 코가 아닌 치아에서 시작된 염증이 상악동으로 번진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치아와 상악동은 해부학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상악동은 코 양옆, 광대뼈 안쪽에 위치한 공기로 차 있는 공간으로 부비동(코 주변 뼈 속 빈 공간) 중 하나다. 문제는 상악동 바닥 바로 아래에 위쪽 어금니 뿌리가 자리한다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위쪽 작은어금니와 큰어금니의 뿌리가 상악동 바닥선과 닿아 있을 정도로 가깝다. 따라서 상악동에 염증이 생기면 치아가 아픈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치아 뿌리의 염증이 상악동 내부로 번질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축농증이라 부르는 질환은 부비동 내부 점막에 생기는 염증(부비동염)이다.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코와 부비동을 잇는 통로가 부어오르면 정상적인 환기와 분비물 배출이 어려워진다. 염증이 지속되면 부비동 내부에 농과 같은 분비물이 차면서 코막힘, 콧물과 후비루, 얼굴 압박감, 후각 저하 등이 나타난다. 특히 상악동에 염증이 생기면 광대뼈 주변이나 눈 아래 부위가 묵직하고 뻐근하게 아프기도 한다.
축농증 원인이 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아 문제로 발생하는 ‘치성 상악동염’도 흔하다. 위쪽 어금니 신경이 괴사하거나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면 가까운 상악동으로 감염이 쉽게 퍼질 수 있다. 만성 치근단 염증이나 심한 치주질환뿐 아니라 발치, 임플란트 수술, 골이식 등과 관련된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성 상악동염은 원인 치아를 치료하지 않으면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코 치료를 받아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뿐 결코 낫지 않는다. 근본 원인인 치아 감염을 해결하지 않는 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특히 한쪽 코에만 축농증이 지속되거나 코에서 악취가 나면서 같은 쪽 위 어금니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다면 치과적 원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축농증 때문에 멀쩡한 치아가 아플 수도 있다. 상악동 점막이 붓고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바로 아래 어금니 신경을 자극해 치통이 느껴진다. 이러한 통증을 치아 문제로만 오인해 성급하게 신경치료를 진행하면 치아만 손상되고 통증은 그대로 남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위턱 어금니 부위가 아플 때는 상악동염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충치나 치아 파절, 잇몸 상태, 치아를 두드렸을 때의 통증(타진통), 치수 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3차원 치과용 CT(CBCT)로 치아 뿌리와 상악동 점막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상악동염이 치아에서 시작됐다면 원인 치아에 대한 신경치료나 재신경치료, 치주치료, 발치 등이 필요하다. 반면 치아에 이상이 없는 단순 부비동염이라면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코가 아프면 이비인후과, 치아가 아프면 치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증상이 지속될 때는 두 영역을 아우르는 정밀 진단이 필수적이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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