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엔 귀족이 없잖아?…'아메리칸 명품'의 흥미로운 반격 [이윤정의 인사이드&비하인드]

입력 2026-10-21 10:32   수정 2026-10-21 10:51

미국엔 귀족이 없잖아?…'아메리칸 명품'의 흥미로운 반격 [이윤정의 인사이드&비하인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미국에 갖는 선입견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여 대중적인 제품을 선호하고 소비한다는 것.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엄연히 자산의 규모와 취향에 따라 소비 성향도 다르다. 흔히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이 연상된다.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출발점이 ‘여왕이 사용하던 제품’ ‘왕실 전용 공급 제품’ ‘나폴레옹 황제의 아내인 유지니 황후가 사랑하던 주얼리’ ‘인도의 마하라자를 위해 만든 왕관’ 등의 수식어를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얻은 배경이다.

미국은 귀족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실용성을 중요시하니 가끔 미국과 럭셔리는 마치 어색한 동거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에서도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와 제품은 항상 존재해왔다. 마크 저커버그의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만 미국 부호의 룩을 단정지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유럽의 브랜드처럼 수백 년 된 ‘가문’과 ‘유산’을 배경으로 갖고 있지 못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왔지만 차곡차곡 역사를 쌓아오며 ‘아메리칸 럭셔리’를 구축해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는 해리 윈스턴, 랄프 로렌, 코치, 캘빈 클라인, 토미 힐피거, 마이클 코어스, 토리 버치, 에스티 로더, 캐롤리나 헤레라, 티파니(미국 브랜드였다) 등이 있다.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상륙하지 않은 주얼러인 해리 윈스턴만 빼고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던 브랜드이다. 국내에 진출한 지 꽤 된 브랜드가 많은데도 이들을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는 국내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 대중적인 것이 많아서였다.

1999년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미국의 존 F 케네디 주니어와 그의 아내인 캐롤린 베셋. 잘 알려졌다시피 캐롤린 베셋은 캘빈 클라인의 홍보 담당으로 일했고, 스스로가 캘빈 클라인의 스타일을 제일 잘 구현했던 모델이었다. 무채색의 니트와 펜슬 스커트, 미니멀 실루엣의 코트와 드레스 등등. 지금까지도 ‘조용한 럭셔리’를 대표하는 스타일로 칭송받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향수와 언더웨어가 인기를 끌었다. 랄프 로렌은 가장 상위 라인인 랄프 로렌 컬렉션이 아닌 폴로 셔츠로 국내를 휩쓸었다. 마이클 코어스와 토리 버치 역시 ‘젯 셋 족을 위한 컬렉션’을 표방했으나 유럽 브랜드에 비해 다소 낮은 가격으로 오히려 인지도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몇몇 미국 브랜드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랄프 로렌과 코치인데, 모두 미국의 헤리티지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우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1967년 설립되어 여성을 위한 랄프 로렌 컬렉션, 남성을 위한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최상위 라인부터 폴로 셔츠로 유명한 폴로 랄프 로렌, 홈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하이엔드부터 매스티지에 이르는 방대한 제품군을 보유한 랄프 로렌. 최근엔 랄프 로렌 컬렉션을 공격적으로 소개하며 미국의 우아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1941년 뉴욕에서 시작된 코치는 ‘미국의 중년 여성들이 드는 핸드백’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몇 년 전부터 Z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을 소개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코치를 Z세대의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사람은 바로 2014년부터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스튜어트 베버스이다. 그는 코치 역사상 처음으로 레디투웨어를 선보였고, ‘뉴욕 익스프레시브 럭셔리 브랜드’라는 코치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들의 인기는 매출의 추이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랄프 로렌 코리아는 2026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서 전년대비 14.7 % 성장했다. 글로벌에서도 전년에 비해 15% 성장했다. 코치 역시 글로벌 매출이 2025년에 전년 대비 9.9% 성장했다.


몇 년 전 몇몇 미국 브랜드의 발목을 잡았던 ‘애매한 가격’이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인정받으며 매출을 끌어올린 점도 흥미롭다. 여기에 ‘아메리칸 헤리티지’라는 정체성까지 더해져 유럽과는 다른 결의 럭셔리를 표현하고 있다. 아메리칸 헤리티지는 미국 개척의 역사와 상류층의 클래식이 혼재되어 형성되었다. 실용적인 데님과 웨스턴 부츠, 프레피 룩 그리고 이브닝 드레스가 친근하고 품격있게 소개되는 것이다.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다. 꿈을 파는 것이다.” 이 표현에는 미국 특유의 정서가 내재되어 있다. 랄프 로렌이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랐지만 디자이너로서 재능을 발휘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처럼 말이다.


요즘의 럭셔리 산업은 양극화로 인해 휘황찬란하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브랜드도 고공 행진을 하지만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분위기의 브랜드도 사랑받는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의 소비자가 일부 상류층뿐 아니라 젊은 세대로 확장된 탓도 있다.

최근의 기세를 드디어 미국 브랜드가 인기를 얻을 순서라고 단정짓기에는 미국 브랜드가 갖는 역사와 솜씨 그리고 이미지가 견고하다. 오랜 기간 유럽의 아류로 치부되던 시기를 지나 미국 만의 장인 정신, 스타일과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