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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1.4억 꽂혀도…" SK하이닉스 직원들 속 타는 이유 [시선'칩'중(下)]

입력 2026-10-04 15:04   수정 2026-10-04 16:14

"성과급 1.4억 꽂혀도…" SK하이닉스 직원들 속 타는 이유 [시선'칩'중(下)]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 직원들은 두 회사를 각각 반도체 경쟁력과 보상을 이야기할 때 자주 소환했다. 마이크론·TSMC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체계를 의식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평가와 근무 강도,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퇴사·이직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엔비디아도 비교하는 '삼전닉스'
4일 한경닷컴이 블라인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블라인드 AI'를 통해 엔비디아 재직자의 공개 게시글·댓글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관련 언급 가운데 38%는 반도체 경쟁력에 관한 내용으로 파악됐다. '파운드리', '생산능력', 'TSMC', '인텔', 'AMD' 등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함께 거론되는 경우가 많았다.

SK하이닉스는 결이 달랐다. 엔비디아 재직자의 SK하이닉스 관련 언급 중 33%는 '성과급'과 '이익배분' 등 보상에 관한 내용이 차지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보상 체계는 해외 노사 현장에서도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지난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례를 거론하면서 전 세계 직원들에게 영업이익 중 15%를 배분하는 제도를 요구했다. 실적이 좋아질 때 지급되는 일회성 보너스가 아니라 회사 이익을 직원과 지속적으로 나누는 체계를 마련하라는 주장이다.

마이크론은 일정 근속 조건을 충족한 대만 직원에게 100만대만달러의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보상안을 내놨다.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상시적인 이익공유제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얼마를 한 번 더 지급하느냐보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직원에게 나눌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TSMC에서도 지난 5월 성과급을 둘러싼 직원 불만이 불거졌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성과급이 약 15% 줄어들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직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처럼 노조를 만들거나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후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직원들과 만나 실적 흐름이 유지될 경우 올해 성과급 증가율이 30%를 웃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반도체 직원들이 한국 기업의 보상을 비교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잇달아 강화한 성과급 체계가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이 급증하면서 직원에게 돌아가는 몫도 함께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는 DS 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등을 지급 조건으로 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상한을 없애고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기로 했다. 새 기준을 적용한 올해 PS 지급률은 기본급의 2964%다. 기본급은 연봉의 20분의 1로, 연봉 1억원인 직원이라면 산정액이 1억4820만원이다. 이 가운데 80%는 올해 지급하고 나머지는 이후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
밖에선 부러워하는데…안에선 퇴사 고민도
높은 보상이 곧바로 내부 만족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블라인드 AI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재직자의 퇴사·이직 등 이탈 관련 게시글과 댓글을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에서는 '고과'가 6.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야근' 5.1%, '근무' 4.6%, '교대' 3.8%, '팀장' 3.5%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에서는 경쟁사인 '하이닉스'가 이탈 관련 키워드 1위에 올랐다. 이 비중은 9.2%로 나타났다. 이어 '무시' 6.1%, '정치' 4.8%, '깜깜이' 3.9%, '불투명' 3.4% 순이었다. SK하이닉스와 보상을 비교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대화에 더해 회사 내 대우, 사내 정치, 평가·인사 기준을 둘러싼 불만도 함께 포착됐다.

이는 평소 삼성전자 직원들의 업무 관련 대화에서 '성과', '리더', '평가', '보고', '제도' 등이 두드러졌던 것과도 맞닿아 있다. 체계적인 보고와 평가 시스템이 조직 적응 과정에서는 중요한 요소로 거론됐지만 회사를 떠나려는 상황에서는 '깜깜이'와 '불투명' 같은 표현으로 평가·인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대화가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하이닉스'가 이탈 관련 키워드 1위에 오른 것은 두 회사의 성과급 경쟁과도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DS부문에 이익과 연동한 별도 성과급을 도입하는 한편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고객서비스(CSS) 사업팀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별 보상 차이를 둘러싼 직원들 불만도 이어졌다.

두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이탈 관련 글에 등장한 단어엔 '성과급', '연봉', '인사', '임원', '고과' 등이 포함됐다. 밖에서는 엔비디아·마이크론 직원들까지 한국 반도체 기업의 보상을 비교하지만, 안에서는 경쟁사와 자신의 보상 수준은 물론 이를 결정하는 평가 기준·근무환경까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PS 지급률을 발표하면서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설비 투자와 함께 핵심 인재 확보·유지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고 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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