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첫날부터 기존 경찰·검찰 사건의 이첩·재고발과 신규 고발이 잇따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관련 배임 사건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일반이적 혐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검찰이 수사하던 분식회계 사건을 넘겨받아 달라는 탄원도 들어왔다.
2일 오전 중수청 본청이 들어선 서울 종로구 르네스퀘어 2층 민원실에는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려는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후문과 가까운 202호에 자리 잡은 민원실로 향하는 바닥에는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4개 접수 창구 앞에는 고소장·고발장·진정서 양식이 비치됐고, 직원들은 별도 접수증 대신 제출 서류 표지에 ‘접수’라고 적힌 둥근 보라색 도장을 찍어줬다. 오전 10시30분 기준 접수된 민원은 12건이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 및 노조 집행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7월 22일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던 고발 6건을 회사별로 묶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 1건씩 다시 접수했다.
주주운동본부는 경찰 수사가 진척되지 않아 중수청에 다시 고발장을 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재원 마련을 위해 매입 중인 약 15조원 규모의 자기주식과 SK하이닉스의 약 4조7200억원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문제 삼으며, 기존 경찰 사건도 중수청이 넘겨받아 병합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주운동본부 측은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도 개청 첫날 제출했다. 혐의는 형법상 일반이적이다. 고발인 측은 군 당국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뢰 매설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저지하거나 제거하지 않았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발 내용은 향후 중수청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 여부가 판단될 전망이다.
검찰청 폐지로 기존 수사 사건이 중단되거나 묻힐 것을 우려한 내부고발자도 중수청을 찾았다. 민원인 A씨는 창원지검이 약 1년간 수사해온 자동차 부품업체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중수청 본청에서 맡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A씨는 해당 업체가 채무를 탕감받기 위해 2019년 재고자산을 약 300억원 줄이고 매출원가를 약 500억원 부풀려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검찰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정말 애간장이 탔다”며 “이제야 검사가 직접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단계인데 조직이 바뀌면서 수사가 또 멈추거나 사건이 묻힐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수청이 하루빨리 사건을 넘겨받아 제대로 수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진영기/우연수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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