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과 로그인 정보에 사람처럼 접근하는 능력에서 어사이드는 내가 본 모든 인공지능(AI) 브라우저 중 단연 최고다. 스타트업이 프런티어 랩들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게 놀랍다.”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관)인 Y콤비네이터의 게리 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남긴 찬사입니다. 주인공은 2024년 한국인 세 명이 의기투합해 세운 스타트업이자 이들이 만든 AI 브라우저 ‘어사이드’입니다.
이 CPO는 처음엔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미 다섯 번 실패한 팀이 또 방향을 트는 건 ‘피벗 늪’에 빠지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를 돌려세운 건 팀 분위기였습니다. 브라우저 얘기만 나오면 팀원들 눈이 반짝였고 기존 제품 매출은 올해 1월까지 제자리였습니다. 결국 팀은 기존 사업을 접고 5명이 5개월간 조용히 브라우저를 만들었습니다.

브라우저컴퍼니는 열성 팬이 많던 ‘아크’를 접고 ‘디아’를 내놨지만 아크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9월 아틀라시안에 인수됐습니다. 진짜 큰 벽은 크롬입니다. 스탯카운터의 올해 6월 집계로 세계 점유율이 69.6%인 데다 구글은 올해 1월 크롬에 제미나이 기반 웹 작업 대행 기능까지 넣었습니다.
지난 6월 23일 출시된 어사이드는 별다른 광고 없이 YC 동기들의 입소문을 타고 출시 글이 X에서 160만 뷰를 넘겼습니다. 구글의 벽과 오픈AI 같은 기업의 실패를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로 보입니다. 출시 2주 만에 2만 명이 모였고 테크크런치와 더 버지 등이 괜찮은 AI 브라우저로 꼽았습니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셈러시’에 따르면 이달 어사이드 다운로드 페이지 방문자는 지난달 대비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불씨는 출시 영상이었습니다. AI가 은행 계정에 들어가 이체 내역을 훑고 안 쓰는 구독을 찾아 해지합니다. 안쓰는 구독을 찾아내는 기능은 이번에 메타가 출시해 대박을 친 AI 에이전트 ‘뮤즈’를 견인한 기능이기도 합니다.이게 가능한 건 어사이드가 사람처럼 웹 페이지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AI 비서는 서비스마다 연결 설정이 필요했지만 어사이드는 내가 이미 로그인해 둔 사이트에 들어가 사람이 하듯 누르고 입력합니다.
“일주일 뒤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를 코레일 웹페이지에서 예약해줘”라고 시키면 알아서 움직이고 최종 결제는 사용자 승인을 받습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이 꼽은 기능은 ‘기억’입니다. 쓰는 서비스와 자주 여는 메뉴를 기기 안에 쌓아 두니 매번 설명할 필요 없이 “해줘” 한마디면 됩니다. 비밀번호는 자동 입력만 하고 AI에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사이드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우저라는 범용 서비스에서 한국 기업이 빅테크를 넘어선 사용성과 기술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출시 2주 때의 2만 명은 시작 단계의 숫자입니다. 성능 점수의 외부 검증을 넘어서야 한국발 소비자 서비스가 실리콘밸리에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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