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이 기후 위기·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재난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 줄이고, 전국 발전소의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태풍·집중호우·산불을 비롯한 자연재난은 물론 정보시스템 장애와 드론 위협 등 새로운 위험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와 수력·양수발전소의 특성에 맞춰 취약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원전에서는 태풍과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시설과 주변 취약 구조물을 정비하고 있다. 해양생물과 부유물이 대량 유입돼 취수구가 막히는 상황에 대비해 취수구 준설과 해양생물 조기 탐지 체계도 운영한다.
수력·양수발전소에서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홍수조절 여력을 확보하고 댐 수위와 하류지역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기후변화로 재난의 강도와 발생 양상이 달라지는 만큼 사고 발생 전부터 위험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재난관리에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한수원은 전국 사업소의 재난정보와 대응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통합재난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사업소가 현장 상황을 본사에 보고하면 이를 취합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본사와 사업소가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대응할 수 있다. 현장 정보 수집부터 상황 판단과 대응 조치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 것이다.
산불 감시에는 인공지능(AI)과 드론을 활용한다. 2022년 경북 울진 산불과 2025년 영남권 산불을 계기로 발전소 주변 산불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 원전 주변에는 AI 기반 산불 모니터링 시스템과 폐쇄회로TV(CCTV)를 운영한다. 양수발전소에서는 드론을 띄워 산불 현장과 주변 상황을 신속하게 확인한다. 산불지연제 등 자체 진화 수단도 확보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 관련 전문기관과 협력해 항공진화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도 마련했다.
여러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경북 울진의 한울본부에서 열린 안전한국훈련에서 지진에 이어 산불·화재와 방사성물질 누출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훈련했다. 정보시스템 장애와 드론 위협도 훈련 시나리오에 포함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재난비상대책본부와 방사선비상대책본부, 정보통신기술(ICT)재해복구본부 등 세 개 비상대책본부를 처음으로 연계했다. 디지털 통합재난관리 플랫폼도 실제 훈련에 활용해 본사와 현장이 재난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했다.
현장 안전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2일 한울본부 신한울 2건설소를 찾아 주요 공정과 작업 현황, 현장 안전조치 이행 상태를 점검했다. 여러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건설 현장의 위험요인을 살피고 연휴 기간 비상 대응체계도 확인했다. 김 사장은 스마트관제센터도 방문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건설 현장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실시간으로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한수원은 발전설비 자체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한울본부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한울 6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급) 발전을 정지하고 제15차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다. 한울 6호기는 정비 기간 차단기 용량 증대 등 설비 개선과 주요 기기 정비를 진행한다. 이후 법정 검사와 규제기관의 적합성 확인을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받은 뒤 오는 12월 중 발전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앞으로 첨단 감시기술을 도입하고 관계기관 협력을 확대해 재난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위험을 사전에 줄이고 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재난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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