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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진솔 "10년간 미치광이처럼 말러만 파헤쳤죠"

입력 2026-10-05 17:10  

“말러 교향곡 전곡(10곡) 연주를 한다고? 서른도 안 된 애가?”

10년 전, 스물아홉의 여성 지휘자 진솔(39·사진)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마흔이 되기 전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겠다”는 당찬 포부에 돌아온 건 불신뿐이었다.

하지만 진솔은 한번 내뱉은 말은 끝내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이 이끄는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며 민간 오케스트라 최초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마무리한다. 2017년 말러 교향곡 10번으로 ‘말러리안 프로젝트’의 첫발을 뗀 지 약 10년 만이다.

진솔 지휘자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히 끝까지 해낼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묵묵히 걸어온 저 자신, 특히 어린 나이에 용기 있게 도전한 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말러 교향곡은 작품에 따라 수백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합창단이 동원되는 대작이다. 난해한 곡이 많아, 경륜을 갖춘 중장년 지휘자만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도 진솔이 무모해 보이는 말러 전곡 프로젝트에 나선 건 그 자신이 누구보다 말러를 사랑하는 ‘말러리안’이었기 때문이다. 말러리안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열성 팬을 일컫는 말로,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한 진솔은 2016년 말러리안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그는 말러의 매력에 대해 “다른 작곡가보다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음악 안에 가득 눌러 담았다”며 “왠지 모르게 장악당하고 끌리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말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진솔에게 말러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처음엔 말러를 자아성찰을 잘하는 멋있는 작곡가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간 말러만 미치광이처럼 파헤쳐보니, 이제는 말러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도, 수백 명에 달하는 연주자를 꾸리고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진솔도 하는데 누가 못하겠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30대 이상 음악가들은 꿈을 잃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30대를 넘어서도 스스로를 믿고 끈기를 가지면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올가을 국내 클래식 무대는 ‘말러 풍년’이라 할 만하다. KBS교향악단은 지난 2일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줬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31일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말러리안 오케스트라만의 경쟁력을 묻자 진솔은 ‘젊음’을 내세웠다.

“말러 작품을 50대만 연주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저희 단원은 대부분 20~30대예요. 오직 말러만 생각하며 모인 젊은 친구들이 연주할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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