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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송림, 민둥산 됐다…재선충병에 560만그루 고사

입력 2026-10-05 17:37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닻 전망대. 동해와 해송이 어우러져 포항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이곳의 산비탈은 곳곳이 벌거숭이가 돼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를 대거 베어낸 자리였다. 박희광 이가리항 신활력사업단장은 “3~4년 전부터 번지더니 2024년부터 심해져 이제는 민둥산이 됐다”며 “조금만 일찍 적극적으로 방제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1960년대 산림녹화 이후 다시 민둥산을 보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포항만의 일이 아니다. 경주 통일전 삼거리에서 불국사로 향하는 길 주변 산은 6㎞ 넘게 붉거나 잿빛으로 변한 소나무가 이어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남산과 불국사 주변, 외동읍 영지 일대까지 피해가 번졌다. 영지 주민 윤모씨는 “몇 년 전부터 주민들이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5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고사목은 2022년부터 최근 5년간 560만2386그루에 달한다. 이 중 경북이 254만5383그루로 45.4%를 차지한다. 경북의 연간 피해목은 2022년 11만3000그루에서 올해 79만4000그루로 약 일곱 배로 늘었다.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피해 고사목만 약 177만 그루다. 발생지역도 166개 시·군·구로 넓어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은 길이 약 1㎜인 소나무재선충이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의 몸을 타고 나무로 옮겨가 일으키는 병이다. 재선충이 침입하면 수분 이동에 문제가 생겨 소나무와 곰솔, 잣나무 등 소나무류가 대부분 말라 죽는다.

피해가 다시 커진 데는 기후 변화로 매개충의 활동기간이 길어진 데다 예찰과 방제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 크다. 피해가 잠깐 줄어든 시기에 관련 예산까지 함께 줄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 방제 예산은 2020년 543억원에서 2021년 510억원, 2022년 504억원으로 감소했다가 피해가 다시 급증한 2023년 933억원으로 뛰었다. 피해목이 감소하면 예산도 줄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장기적인 확산 차단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도 제때 대응하지 못하게 한 원인 중 하나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포항은 올해 약 300억원의 방제비가 필요하지만 확보한 예산은 190억원가량이다. 최순고 경상북도 산림국장은 “국비 보조율에 따라 지방비를 함께 부담해야 해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는 적극적인 방제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가 커지자 경북의 방제 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1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재선충병은 수도권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경기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확인된 감염목이 11만6665그루로 전년 동기보다 67.8% 증가했다. 2006년 광주시 잣나무 7그루에서 처음 확인된 뒤 20년 만에 25개 시·군으로 확산했다. 가평 양평 포천 남양주 광주 등 동북부 5개 시·군에 전체 피해의 약 90%가 집중됐다. 가평과 양평은 피해 고사목이 각각 3만 그루를 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림당국은 보호 가치가 높은 소나무림은 집중 방제하고 피해가 극심한 지역은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거창=김해연/포항·경주=오경묵/수원=정진욱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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