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3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한국은행(BOK)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고성장 하에 저물가) 이후 30년 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고금리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쟁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미국 물가는 3개월 이동 평균치로 볼 때 ‘수준(level)’은 목표치 2%를 웃돌지만 ‘변화(change)’는 하향세다.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케빈 워시 Fed 의장이 물가가 높다고 발언한 만큼 수준과 변화 중 무엇을 중시할지가 중요하다. 수준을 중시하면 ‘인상’, 변화를 중시하면 ‘동결’될 확률이 높다.
Fed의 용역으로 이뤄진 에스트렐라와 미시킨 연구에 따르면 금리 변경처럼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은 수준보다 변화가 더 유용하다. 2024년 9월 이후 피벗(pivot)을 추진한 것도 수준으로는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았지만 변화로는 물가가 잡히고 있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수준을 중시하더라도 물가 지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목표치를 웃돌아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워시 의장이 주장하는 절사평균 물가로는 목표치에 근접해 금리를 안 올려도 된다.
목표치에 대한 입장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친트럼프 멤버는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부터 앵커 역할을 해온 2%를 4%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트럼프 멤버는 2% 유지를 주장한다. 잭슨홀 미팅 발언 등을 보면 워시 의장은 후자에 가깝다.
현재 물가는 목표치 2%를 상회해 워시의 견해대로라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목표치를 4%로 상향하면 대부분 물가가 이를 밑돌아 금리를 내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변수가 있는 만큼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했어도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 더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재정적자와 포퓰리즘 간 악순환 고리(DPDL·Deficit-Populism Deep Loop)’다. 바이백 등 대책에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데 중간선거를 겨냥해 유권자당 5000달러씩 배당금을 뿌려서 어떻게 국채 파동이 진정되겠는가. 기준금리 변경은 뒤따라갈 뿐이다.
충격적인 것은 미국 국채의 편의 수익률이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진 점이다. 편의 수익률은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감수하는 수익률이다. 통상 무위험 이자율보다 0.1~0.4%포인트 낮게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제로로 떨어졌다는 것은 미국 국채의 매력이 상실됐음을 의미한다.
최대 보유국인 일본도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엔저 저지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 국민 사이에는 “국가가 위기인데 왜 우리 자산인 미국 국채를 팔지 못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낮은 지지도를 고려하면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수용할 확률이 높다.
발행시장에서도 구조 변화가 일고 있다. 국제 기채시장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해온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급감하는 대신 스위스 프랑화 표시 채권 발행이 늘고 있다. 재정이 건전한 스위스는 0%대 물가를 바탕으로 기준금리가 제로인 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원화 표시 채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발행 금리가 스위스보다 높지만 지난 4월 세계채권지수(WGBI)상 선진국 지위에 편입된 데다 국가채무비율이 53% 내외로 재정이 건전하기 때문이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물)은 0.2%포인트 내외로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Fed도 고민에 빠지고 있다. 안정성과 유동성이 떨어지는 미국 국채를 대신할 공개시장 조작 대상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비 공개시장위원회(SOMC)를 중심으로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대형사가 발행한 주식과 회사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Fed의 통화정책 수단은 기준금리 변경과 공개시장 조작이다. 미국 국채를 주 대상으로 하는 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자의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취임 이후 워시 의장은 대차대조표(B/S) 조정 방식을 축소하고 있다. ‘양적완화(QE)냐 아니냐(not QE)’ 논쟁이 지속됐던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도 중단시켰다.
기준금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보완 조치도 발표하고 있다. 역할이 떨어진 연방기금금리(FFR) 대신 익일 환매 금리(on RRP)를 주 대상으로 삼을 움직임이다. 기준금리 변경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년 내외로 긴 점을 보완할 표적변수를 찾으려는 노력도 주목된다.
미국 국채 편의 수익률이 제로로 떨어진 후 나타나는 변화는 미국의 위상 하락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마가(MAGA)를 달성하려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이고 동맹국과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가능한 일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그 답은 “아니다(No)”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코프 교수는 △재정이 불안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이 오는데 통수권자가 느끼지 못할 때 재정위기가 온다는 4단계론을 제시했다. 지금 트럼프 정부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경고했다. 이자율(r)이 성장률(g)보다 높은데도 빚내서 더 쓴다면 남은 길은 디폴트뿐이다. 재정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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