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이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을 앞세워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배터리·화학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에게 주요 계열사를 맡겨 첨단소재와 자동화 사업을 키우는 전략이다. 참치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동원이 포장·물류 등 기존 사업에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의 중심에는 동원산업 기술부문이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3월 기존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에 더해 기술부문을 신설했다. 그룹 연구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종합기술원의 장인성 원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기술 조직의 책임자를 지주사 대표로 올려 신사업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장 대표는 독일 베를린공대 기계공학 박사로 지멘스 연구원과 현대자동차그룹 생산기술센터장을 거쳐 2022년 동원에 합류했다. 부산항의 자동화 터미널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의 기술 기반을 마련하고 계열사 공장 자동화와 냉동공조 설비 개선 등을 추진했다. 종합기술원에서 발굴한 사업을 계열사로 넘겨 키우는 역할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LG에너지솔루션에서 폴란드 법인장과 유럽지역 대표 등을 지냈다. 배터리 해외영업과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 사업의 판로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코팅 양극박을 선보였다. 식품 포장에 쓰이던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배터리 소재로 확장한 사례다. 지난해에는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에 쓰이는 캔 제조 기술도 확보했다.
듀폰코리아 대표 출신인 신 대표는 친환경 소재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와 사용 후 회수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드는 친환경 필름의 공동 마케팅을 시작했다. 화학소재 유통·솔루션 기업 골든케미컬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기업의 소재와 동원의 필름 가공 기술을 결합해 제품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건설과 사료 사업에서도 전문 경영진을 통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조성진 동원건설산업 대표는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건설에서 36년간 근무한 뒤 2023년 합류했다. 취임 이후 지식산업센터와 주택분양 사업보다 도심 업무시설, 물류센터, 시니어 레지던스 등의 수주에 집중했다.
2022~2023년 영업손실을 낸 동원건설산업은 2024년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의 세 배 이상인 276억원을 기록했다. 건축정보모델링(BIM)과 드론 측량, 3차원 스캔을 활용해 설계 오류와 시공 과정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인 노경탁 동원팜스 대표는 그룹 식품 계열사의 발효 기술을 사료에 접목했다. 2022년 취임 이후 한우용 ‘발효미’를 비롯해 양돈·낙농용 발효 사료를 선보였다. 동원팜스의 2022~2025년 매출은 연평균 약 4% 증가했다.
다만 기술 투자가 그룹의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앞으로 확인할 과제다. 동원그룹 매출은 2022년 9조263억원에서 지난해 9조583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44억원에서 5156억원으로 증가했다.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확보가 사업 재편의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기술 중심의 DNA를 이식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식품 포장 기술을 에너지 저장 분야로 확장했듯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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