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ILDING IS MY LOVE LANGUAGE (창조는 내 사랑의 언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메타 커넥트 무대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티셔츠에 적힌 문구다. ‘사랑의 언어’는 연애 상담서를 통해 널리 퍼진 표현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공격적인 경영자로 꼽히는 인물이 연애 심리학 용어를 가슴에 새기고 무대에 오른 셈이다. 1950년대 브로우라인 디자인의 메타 신형 인공지능(AI) 안경도 썼다. “지적이고 진지하다. 저커버그가 의도적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미국 남성복 평론가 데릭 가이는 CNN에 이렇게 평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커넥트에선 ‘사랑’을 내세웠다. 새로운 기술의 땅을 개척하는 행위를 애정 표현으로 포장했다. 행사에서 공개한 ‘뮤즈’는 이용자의 일상에 AI를 깊이 들여놓아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정복자보다는 친근한 얼굴이 필요했다는 게 업계 추측이다. 같은 무대에 선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CAIO)는 사슴 그림이 들어간 녹색 카모 티셔츠에 크록스를 신었다. 티셔츠는 중고 매장에서 산 30달러짜리였다. 메타는 지난해 왕이 창업한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달러(약 19조원)에 사들이며 그를 영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비싼 인재가 싼 중고 티셔츠를 입고 나온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부러 투박하게 입는 Z세대 취향이 테크 무대에 오른 사례”라고 분석했다. CNN은 이 차림을 ‘주유소 시크’라고 이름 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가죽 재킷은 ‘테크 아이콘’인 그를 상징하는 브랜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혁신적인 테크 스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패션 문법이다. 황 CEO가 2023년 폭스콘 행사에서 입은 톰 포드 가죽 재킷은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 나와 96만달러(약 13억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빈 만찬에는 가죽 재킷 대신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미·중 양쪽 시장을 모두 붙잡아야 하는 엔비디아 수장에게 그날만큼은 개성보다 격식이 중요했던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패션은 고객을 넘어 종종 진영을 향하기도 했다. 2024년 10월 뉴욕의 트럼프 유세 무대에 오른 그는 검은 마가(MAGA) 모자에 블레이저 차림으로 “나는 그냥 마가가 아니라 다크 고딕 마가”라고 외쳤다.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던 지난해 2월엔 ‘기술 지원(Tech Support)’이라고 적힌 티셔츠에 야구모자를 쓰고 백악관 각료회의에 앉았다. 정부를 고치러 온 엔지니어라는 자신의 역할을 표현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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