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신차를 구매하며 약 150만원가량의 자율주행 옵션 패키지를 추가했다. 고속도로에서 알아서 차선을 변경하고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 때문이다. A 씨는 “주말 가족 여행 때 이 기능이 있고 없고에 따라 운전 피로도가 천차만별”이라며 “이 옵션이 없다면 차를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과거 자동차 업계에서 ‘좋은 차’의 기준은 단순히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기계적 성능’을 어떻게 잘 구현해내는가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누가 더 똑똑한 차를 만드느냐’가 좋은 차의 기준 중 하나가 됐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모하면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알아서 목적지까지 척척 이동시켜주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실제로 최근 신차 시장에서는 디자인과 성능 외에도 ‘자율주행’의 기능과 기본 탑재 여부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결정적인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는 추세다. 자율주행 기능이 상용화를 논의할 정도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AI 등 정보기술(IT)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완성차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2 수준까지 올라왔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에 따라 레벨 0부터 레벨5까지 총 6단계로 분류된다. 레벨2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처럼 핸들 조작과 속도 제어가 동시에 이뤄진다. 운전자가 일상에서 겪는 피로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지만 사고 책임이 100% 운전자에게 있어 항상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이를 경쟁사보다 단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레벨3의 상용화 확대를 위해 센서 기술 고도화와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레벨3는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에서 벗어나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다. 자율주행 시 사고가 나면 제조사의 책임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이 어느 기업이 더 정확하고 안전한 자율주행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는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가장 앞선 주자로 꼽히는 곳은 테슬라다. 소프트웨어와 주행 데이터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의 경우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을 수집하고 이를 AI가 학습해 다시 차량의 주행 능력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차량이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다.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은 FSD(Full Self-Driving)다. 테슬라는 일찌감치 자동차를 하드웨어 중심의 기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움직이는 컴퓨터’로 정의한 바 있다.
그간 고객 차량을 실제 도로에 투입하면서 확보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전략을 펴오며 자율주행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일본 혼다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레벨3 차량 양산에 성공하면서 시장을 열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2022년 인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포티투닷(42dot)을 중심으로 자체 AI 모델인 ‘아트리아(Atria) AI’를 개발 중이다.
현대차가 강조하는 전략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차량에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학습에 활용한 뒤 개선된 기술을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7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라는 점을 데이터 확보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은 중국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강점은 거대한 내수 시장이다.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대규모 차량이 운행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와 AI·반도체 기업, 자율주행 스타트업 간 협업도 활발하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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