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도 실물카드 갖고 다녀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갖다 대는 일이 익숙해졌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같은 간편결제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다. 카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자가 카드를 만나는 ‘창구’가 카드사에서 플랫폼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결제 시장의 주도권이 카드사에서 핀테크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카드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카드 결제는 하루 평균 1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다. 이 중 간편결제를 통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1.9%였다. 절반 이상의 모바일 카드 결제가 이미 간편결제라는 통로를 거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카드 기반 간편결제 가운데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비중은 72.5%에 달했다(한국은행). 올해 2월 기준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개인 신용카드 평균 실사용률도 1년 만에 0.2%포인트(p) 하락하면서 85.5%로 내려왔다.
결제 규모를 놓고 봐도 플랫폼의 존재감은 커졌다. 네이버페이의 올해 상반기 결제액은 49조4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롯데카드의 일시불·할부 취급액 48조6000억원보다 많았다. 카드사가 수십 년간 쌓아온 결제 규모에 간편결제 플랫폼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드업계 안에서는 고객을 붙잡아두는 힘도 약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8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개인 신용카드 신규 회원은 2023년 1005만8000명에서 지난해 1033만6000명으로 2년간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해지 회원은 690만1000명에서 789만7000명으로 14.4% 증가했다. 신규 가입자 유입에 제동이 걸린 사이 기존 고객들이 카드를 해지하는 속도가 5배 이상 가팔라진 것이다. 문제는 발급 이후에도 이어진다. 사용하지 않는 카드가 늘면서 휴면카드 비중은 14.9%까지 높아졌다.

과거 소비 금융 시장에서 카드사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어떤 카드를 발급받았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어느 카드로 결제했는지가 소비 경험의 일부였다. 하지만 간편결제가 자리 잡으면서 이 과정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네이버페이나 토스 같은 앱을 먼저 열고 그 안에 등록해둔 여러 카드 가운데 하나를 골라 결제한다. 결제는 카드로 하지만 소비자가 마주하는 서비스는 카드사가 아닌 플랫폼인 셈이다.
소비자가 ‘어느 카드로 결제했는지’보다 ‘어느 플랫폼에서 결제했는지’를 기억하기 시작하면 카드사의 브랜드가 소비자 경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질 수 있다.
데이터 활용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카드사도 카드 사용 내역과 고객의 소비 패턴을 확보하고 이를 마케팅이나 금융상품 추천 등에 활용한다. 하지만 플랫폼은 결제를 쇼핑·검색·예약 등 다른 서비스와 연결하면서 소비자의 이용 흐름을 한데 묶을 수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식당을 검색하고, 후기를 확인하고, 예약한 뒤 같은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보자. 플랫폼 입장에서는 ‘무엇을 찾았는지’에서 ‘어디를 선택했는지’, ‘얼마를 결제했는지’까지 하나의 이용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한 이용 행태를 쇼핑 추천이나 광고, 금융상품 등 다른 서비스로 확장할 여지도 생긴다.
반면 카드사는 해당 거래의 결제와 신용공여를 담당하면서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지만 소비자가 결제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에서 어떤 서비스를 이용했는지까지 같은 접점에서 이어서 활용하기는 어렵다. 결제 한 건에서 끝나는 카드사와 결제를 다른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플랫폼의 차이다.
수익 구조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격비용 재산정 때마다 낮아지면서 카드사의 신용판매 마진이 얇아진 상황에서 간편결제 이용이 늘면 결제대행(PG)사나 간편결제 사업자에 지급하는 비용도 발생한다. 간편결제 비중이 커질수록 카드사가 결제 한 건에서 가져가는 몫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익성에도 부담이다.
결제와 신용공여는 카드사가 맡으면서도 고객과의 접점은 플랫폼이 쥐게 되면 카드사의 역할은 플랫폼 위에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으로 좁아질 수 있다. 통신업계가 메신저 플랫폼에 이용자 접점을 내주고 망 제공자로 역할이 좁아졌던 전철을 카드업계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카드사가 빅테크 플랫폼의 ‘하위 결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진단은 성급하다. 결제의 첫 관문은 내주었을지언정 금융의 본질인 신용공여와 리스크 관리 기능은 테크 기업이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카드사만의 진입장벽이다.

간편결제의 확산이 카드사에 위기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페이 업체들이 여러 카드와 계좌를 한곳에 연결하면서 소비자가 결제수단을 고르는 방식이 간단해졌고, 카드사 역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앱을 손보고 간편결제 기능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카드업계의 디지털전환이 빨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카드사와 빅테크·핀테크 업체에 적용되는 규제 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같은 결제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불만이 나온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엄격한 테두리 안에서 수수료율 인하와 영업 규제를 정면으로 얻어맞는 반면 간편결제사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아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주장이다.
간편결제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카드사는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기 어려운 제도적 기반을 갖고 있는 데다 카드업 자체가 오랜 기간 제도권 금융으로 보호받아온 만큼 단순히 규제 차이만으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반론이다.
전방위적 압박 속에 카드사들의 하반기 전망까지 어둡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는 연 3.00%가 됐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채권 발행 등에 의존한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가 오르면 새로 자금을 조달할 때뿐 아니라 기존 채권을 만기 때 갚고 다시 빌리는 차환 과정에서도 비용 부담이 커진다. 실제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상반기에도 금융비용이 증가했다. 조달비용 상승이 길어질 경우 카드사의 수익성을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1조18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카드 이용 증가와 대손충당금 부담 완화, 비용 효율화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본업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기보다 비용과 건전성 부담을 낮추면서 이익을 방어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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