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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딜레마…과징금 올려도 내려도 부담

입력 2026-10-08 17:28   수정 2026-10-09 01:05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를 두고 금융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안의 경중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제재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잇따른 은행 승소 판결과 1조원대 자율배상, 향후 제재에 미칠 영향까지 맞물리면서 ‘3중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홍콩 ELS 관련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금융위 논의 등을 거쳐 사안의 경중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에 총 1조4000억원의 과징금을 산정했다. 이후 금융위의 사실관계 및 법리 보완 요구에 따라 지난 6월 과징금을 6000억원대로 낮춘 제재안을 다시 제출했지만, 금융위는 4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감원의 제재 논리와 최근 법원 판단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홍콩 H지수의 과거 20년간 변동 추이와 모의실험 결과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법원은 지난 1월 국민은행 관련 소송에서 해당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에는 투자자의 금융권 근무 경력과 위험 이해도 등을 고려해 농협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민사상 손해배상과 행정제재의 판단 기준은 다르지만, 금융위가 법원과 다른 판단을 내리면 향후 행정소송에서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미 지급된 1조3000억원대 자율배상도 부담이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준에 따라 투자자 피해를 배상했고, 금감원도 이를 과징금 감경에 반영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과징금을 대폭 낮추면 은행 경영진이 법적 책임에 비해 과도한 배상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문제 제기가 불거질 수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징금 규모를 그대로 확정하면 은행들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대폭 감경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형 불완전판매 사건에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도한 감경을 경계하는 청와대 기류도 금융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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