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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편하다" 재구매 폭발…의사가 만든 슬리퍼, 100억 터졌다

입력 2026-10-09 08:00  

"발 편하다" 재구매 폭발…의사가 만든 슬리퍼, 100억 터졌다


“어떤 신발을 신어야 되나요?”

변희준 바크 창업자 겸 대표(38)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전공의 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신발에 따라 발바닥이 받는 충격이 달라지고 그 충격은 무릎과 골반을 거쳐 허리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통증을 줄이려면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환자에게 추천해줄 신발이 마땅치 않았다. “시중 슬리퍼는 대부분 붕어빵처럼 틀에서 한 번에 찍어내는데, 그 탓에 발에 닿는 면이 바닥면과 똑같이 단단했어요.” 그래서 변 대표는 같은 재활의학과 의사인 안광호 공동창업자(35)와 함께 2021년 12월 슬리퍼를 만드는 회사를 직접 세웠다.
◇환자에게 추천할 신발 찾다가 창업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제품 개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전 6시 병원에 출근해 밤 9시까지 일했다. 병원 일이 끝나면 사무실로 가 새벽 2~3시까지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했다.

“처음엔 디자인과 생산만 생각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품 개발에 들어가니 할 게 너무 많았어요. 금형을 만들고, 금형에 넣을 원료를 고른 뒤 그 원료로 신발을 찍어낼 공장도 찾아야 했습니다. 위탁생산 업체에 연락하면 ‘의사가 취미로 하는 거 아니냐, 갑자기 생산을 그만둘 수도 있는데 뭘 믿고 해 주냐’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그래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위탁생산 업체 대표를 공장 앞에서 밤새 기다린 적도 있다. 변 대표는 “그렇게 거래를 튼 원료 업체와는 지금도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슬리퍼 시제품은 이런 어려움 끝에 완성했다. 두 사람은 슬리퍼 바닥을 두세 겹으로 쌓고 완충재를 끼웠다. 맨 아래층은 단단하게 하고 맨 위층은 발바닥의 오목한 곳까지 받치게 했다. 그는 “밑창은 침대 매트리스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누르는 힘이 센 곳일수록 더 깊이 들어간다”며 “체중을 넓게 나눠 받쳐서 발의 부담이 덜해지는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내건 구호는 ‘메이드 바이 닥터스’. 의사들이 만들었다는 뜻이다. ‘젤 구조를 포함하는 신발’ 등 특허도 8건 냈다.
◇라인업 늘리고 해외 진출도 추진
발이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슬리퍼 판매량이 급증했다. 2022년 2억8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03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재작년만 해도 22억4000만원이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이다.

많이 팔린 상위 7개 제품을 기준으로 지난 2년간 팔린 제품 수는 31만 켤레를 넘는다. 구매자의 3분의 2는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다. 손님 네 명 중 한 명은 바크 제품을 재구매했다. 변 대표는 “재구매 손님의 70%가 첫 구매 제품과 다른 사이즈를 고르는데,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하려는 수요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업무협약을 맺고 바크 슬리퍼를 들였다. 대형병원 수술실에서도 사 갔다. 변 대표는 “요리사나 미용사처럼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호평을 남길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지금 파는 제품은 발등을 통째로 덮는 클로그와 발등만 감싸는 슬라이드,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에 끈을 끼우는 플립플롭, 아동용 신발이다. 변 대표는 제품 라인업에 겨울용·구두형 신발과 깔창을 더하고 발목·허리 보호대 등 회복용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과 태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바크는 지난달 공동창업자 두 사람의 모교인 연세대 산하 연세의료원에 재활병원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했다. 재활병원의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변 대표는 “앞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 경사침대를 후원했고, 병원 대신 집에서 치료받는 중증 소아 환자에게 보조기를 지원했다”며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 매년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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