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가 A씨는 아내 B씨와 혼인해 아들 C씨와 딸 D씨를 두었습니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을 간 아들 C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계 미국인과 혼인해 로스앤젤레스(LA)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들은 부모님에게도 미국 이민을 권유했고, A씨와 B씨는 2016년 8월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한국에 있는 재산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가 14억원 상당의 경기도 일산에 있는 토지는 오랫동안 A씨의 사업을 도와준 조카 K씨에게 증여했습니다.
A씨는 2022년께 LA에서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은 자신의 미국 재산과 한국 재산을 모두 아들에게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미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에 따라 유언이 처리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를 유언장에 기재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에 A씨가 사망하자 유언장에 따라 A씨의 한국 재산인 2억원 상당의 예금과 미국 소재 150만달러 상당의 주택, 20만달러 상당 예금은 모두 C씨가 가져갔습니다. 부친으로부터 아무런 재산도 받지 못한 딸 D씨는 과연 누구에게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요?

딸 D씨는 우선 오빠로부터 재산을 받아올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부친은 유언장을 작성해 전 재산을 아들에게만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우 재산을 받지 못한 자녀는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유류분제도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한국법과 미국법 중 어느 나라의 법이 적용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이것을 준거법의 문제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상속에 관해서는 피상속인(망인)의 사망 당시 본국법, 즉 국적법을 따르게 돼 있습니다(국제사법 제77조 1항). 따라서 부친 A씨가 비록 미국으로 이민을 갔더라도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사망했다면, A씨의 상속에 관해서는 한국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언장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법을 적용하게 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유언자가 일상적으로 거주하는 국가의 법을 적용하도록 유언장에 기재한 경우에는 그 유언대로 일상거소지, 즉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에 따라야 합니다(국제사법 제77조 2항). 따라서 D씨는 오빠가 유언에 따라 가져간 재산에 대해 한국법상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A씨가 한국에서 사망했다면 유언에도 불구하고 한국법이 적용돼 D씨는 오빠에게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D씨는 부친으로부터 일산 토지를 증여받은 사촌 K에게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본 것처럼 상속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본국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D씨는 K에 대해 한국법에 따라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K가 증여받은 토지의 시가는 14억원이고, D씨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7분의 2)의 절반이므로 결국 D씨는 K로부터 2억원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상속세와 관련해서 살펴본다면,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한국 내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납부하면 되는데, 이 사건에서 부친 A씨는 비거주자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예금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하면 됩니다. 다만 비거주자는 거주자와 달리 배우자공제나 자녀 일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거주자라도 2억원의 기초공제 혜택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납부할 상속세는 없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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