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 교양수업 수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섬세한 시선이다. 인공지능(AI)의 전형적인 문체와는 다른 문체를 구사했다.”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학생이 제출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감상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1쪽 분량의 글에 10점 만점에 9.5점을 줬다. “읽지 않고 썼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글”이라는 평가도 달았다.
알고 보니 이 감상문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작성한 글이었다. 교수가 제시한 ‘좋은 감상문’ 예시를 AI에 입력한 뒤 AI가 내놓은 여러 작품 해석 가운데 하나를 골라 교수의 취향에 맞췄다. 학생과 연구자의 AI 활용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홍 교수는 “더 이상 완성된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를 평가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공대가 최근 소속 교수 1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3.6%는 AI 활용이 대중화된 뒤 과제 수행 과정의 ‘비윤리적 행위’가 증가하거나 매우 증가했다고 답했다. 보고서와 발표에서도 이런 행위가 늘었다는 응답이 각각 71.8%, 64.6%였다. 현장에서 치르는 퀴즈와 지필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각각 17.3%, 13.6%에 그쳤다.

성적상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올 1학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컴퓨터 네트워크’ 수업에서는 수강생 62명 가운데 32명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했다가 적발됐다.
최종현 서울대 교수는 “계산기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사람이 하기 싫은 ‘비인간적인 업무’를 맡기기 위해 AI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학문의 영역에서도 인간적인 영역과 비인간적인 영역을 구분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복잡한 곱셈 같은 계산은 AI에 맡기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글쓰기까지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토론회에서는 해외 대학 사례도 공유됐다. 호주 시드니대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평가’와 감독 아래 학생의 학습 성과를 확인하는 평가를 병행한다. AI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작성하더라도 구술 평가 등을 통해 학생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AI를 활용하면서도 사고를 외주화하지 않고,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평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최영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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