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인기를 끌어 캐릭터 인형이 팔리는 순서가 아니었다. 인형을 사고 팝업스토어를 찾던 팬들이 이번에는 극장으로 향했다. 일본 캐릭터 ‘치이카와’의 국내 흥행 이야기다. 귀여운 외모로 손님을 모으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팬들을 붙잡는 캐릭터의 힘이 영화 관객 수로도 확인되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한글날 연휴인 9~11일 40만여 명을 모으며, 암살자(들)을 밀어내고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2일에는 누적 관객 131만 명을 넘어섰다. 치이카와는 영화 개봉 열흘째인 지난 9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흥행의 출발점은 이미 형성된 굿즈 팬덤이다. 국내에서 ‘먼작귀’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치이카와는 영화 개봉 전부터 팝업스토어의 인기 상품이었다. 2024년 12월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연 팝업에는 열흘 동안 3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대기 번호가 1000번대를 넘길 만큼 수요가 몰리자 아이파크몰은 지난 2월 치이카와 정규 매장까지 열었다. 한정 기간에만 만날 수 있던 캐릭터가 상설 매장의 집객 상품이 된 것이다.
극장에서도 관람과 굿즈 구매가 이어진다. CGV는 치이카와·하치와레·우사기 모양의 팝콘통을 개당 2만9000원에 내놨다. 추가 판매 물량이 소진되자 3차 예약 판매까지 예고했다. 영화관들이 관람객에게 증정하는 특전도 팬들의 예매를 이끄는 요소다. 팬에게 영화표는 작품을 보는 비용이면서 새로운 치이카와 상품을 얻는 수단이기도 하다.

유통업계가 주목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치이카와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캐릭터를 팝업에서 만나고, 정규 매장에서 굿즈를 사며, 극장에서 새 이야기를 보는 소비를 만들어냈다. 아이파크몰이 팝업 흥행을 확인한 뒤 상설점을 연 것도 재방문 수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귀여운 그림 하나보다, 계속 만나고 싶은 캐릭터와 새로 찾아갈 이유가 팬들의 지갑을 여는 셈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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