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서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일대가 변화의 흐름을 앞두고 있다. 서울역과 시청,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역과 가까우면서도 오래된 주거지와 업무시설이 혼재한 이곳에 새 아파트와 지하철역 직결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인근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과 재개발 사업까지 추진되면서 도심 주거·상권의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변화의 중심에는 서울 중구 중림동에 들어서는 '충정로역 자이르네'가 있다.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되는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근 업무시설과 주거단지에 더해 향후 개발사업으로 유입될 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끈다.
오래된 주거지와 업무시설 공존…충정로역 집값은
충정로역 일대는 서울의 오랜 주거지역 가운데 하나다. 서울역과 서소문, 광화문 등 도심 업무지역과 가까워 일찍부터 주거지와 업무시설이 함께 형성됐다. 1930년대 지어진 충정아파트는 이 지역의 오래된 주거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충정로역은 1984년 지하철 2호선 개통에 이어 1996년 5호선이 들어서면서 환승역으로 자리 잡았다. 2호선으로 시청과 을지로, 신촌 등으로 이동할 수 있고 5호선을 이용하면 광화문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역으로 갈 수 있다.
교통 접근성이 좋은 데 비해 역 주변에는 오래된 주택과 중소규모 건물이 많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주거지역과 달리 업무시설과 주거시설이 혼재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서울역과 중림동 일대에 신축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인근 주택 가격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구 중림동 '중림삼성사이버빌리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19억3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5월 거래된 17억6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만리동2가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지난 8월 1일 22억9000만원에 거래됐고, 인근 '서울역한라비발디센트럴' 전용 84㎡는 같은 달 18일 19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충정로역 인근으로 마땅한 아파트가 없는 데다 일대 개발 호재 등으로 단지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많다"며 "물론 이 단지 너머에 '서울역센트럴자이' 등 신축 아파트가 있지만 신축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는 입지 등에선 중림삼성사이버빌리지'가 낫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24억원 넘는 새 아파트…지하철역 직결 상가도 들어선다
충정로역 주변의 변화는 신규 아파트 공급에서도 나타난다. 자이에스앤디가 마포로5구역 제10·1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충정로역 자이르네'가 대표적이다. 단지는 지하 7층~지상 25층, 3개 동, 299가구 규모다. 전용 39~84㎡ 18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왔다. 입주는 2030년 5월 예정이다.지난 8월 분양한 이 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가 21억2600만~24억3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서울역센트럴자이와 서울역한라비발디센트럴의 최근 거래가격을 웃도는 물량도 있다. 다만 단지 규모와 입주 시점, 층과 향 등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마포 신축 아파트 전용 84㎡가 28억원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충정로역 자이르네는 단지 규모가 작다는 약점이 있지만 서울 전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24억원대 분양가는 현재 시장에서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아파트와 함께 조성되는 상업시설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단지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4개 층에 총 143실의 상업시설이 계획돼 있다. 지하 2층은 충정로역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지하철 이용객이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상업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상업시설에는 식음료와 생활편의, 문화·외식 업종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주요 공간에 집객시설을 배치하고 상업시설 일부를 시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직영 운영을 계획한 공간은 전용면적 기준 약 30%다. 구체적인 입점 업종과 운영 방식은 변경될 수 있다.
주변 업무시설과 주거지역도 배후 수요로 꼽힌다. 상가 반경 1㎞ 내 직장인구는 약 18만5000명, 주거인구는 약 6만1000명, 배후 가구는 약 3만가구다. 같은 범위의 평일 평균 유동인구는 약 54만명으로 제시됐다.
해당 상가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충정로역 일대 상가 건물에는 5000만~1억원가량의 권리금이 붙은 상황으로 목이 좋은 자리는 공실을 찾기 어렵다"며 "향후 일대 재개발과 대규모 개발사업 등이 진행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상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역 북부 개발에 주변 재개발까지…도심 주거지 재편
충정로역 일대의 미래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은 주변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을 비롯해 북아현·아현 일대 재개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충 등이 맞물리면서 주거·업무·상업 기능이 확대될 전망이다.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이다. 서울역 북측 철도 유휴부지 약 2만9000㎡에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 5개 동 규모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면적은 약 33만7000㎡로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호텔, 오피스텔, 국제회의·전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충정로역 자이르네와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지는 직선거리로 약 350m 떨어져 있다. 복합개발이 마무리되면 업무시설 종사자와 호텔·컨벤션시설 방문객 등이 늘어나면서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주거지역에서도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북아현2구역은 2320가구, 북아현3구역은 5310가구 규모의 재개발이 계획돼 있다. 아현1구역에서도 3476가구 규모의 공공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밖에 중림동 398번지 일대 791가구, 충정로1구역 297가구, 마포로5구역 제2지구 192가구 등의 정비사업도 계획돼 있다.
광역교통망 확충도 변수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GTX-A 노선의 단계적 연결과 GTX-B 노선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충정로역은 2·5호선 환승역인 데다 서울역과 가까워 향후 광역철도망이 확충되면 수도권 주요 지역과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상업·주거·관광 수요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사업"이라며 "이에 따라 소형 주택이 많은 충정로역 일대 주거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업시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박 대표는 "충정로역 2호선 4·5번 출구에서 서울역 북부역세권으로 이어지는 동선에 자이르네 상업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며 "단지 입주민과 인근 주민, 주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시설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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