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2차 파업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파업 금지 가처분 항고심(2심)에서 법원이 ‘핵심 생산 공정에 대한 파업을 대부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부 공정의 파업만 금지했던 1심에 비해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서울고등법원 인천민사1부(재판장 권순민)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16일 회사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9개 핵심 생산 공정에 대한 파업 금지 명령을 청구했는데 이 내용을 전부 받아들였다. ‘전부 인용’이 아니라 ‘일부 인용’이 된 건 이행강제금을 회사가 청구한 1억원에서 2000만원으로 깎은 한편 파업기간에 새롭게 해동된 세포주에 대한 공정을 파업 금지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외 회사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 38조 2항은 쟁의 기간에도 보안작업(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 평소처럼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생산공정의 어떤 단계가 이 보안작업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하면 추가적인 분쟁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보안작업 공정은 파업할 때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봐야 한다”며 “전체 9개 공정 중 1심이 인용한 3개 공정 외에 나머지 6개 공정에 대해서도 파업을 금지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쟁의 기간에 새로 해동한 세포주에 대한 작업’은 파업 금지 범위에서 제외했다. 세포주는 ‘지속해서 분열·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세포 집단’으로, 이 세포주 분열을 통해 바이오의약품이 만들어진다. 이미 해동돼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세포주가 모두 사멸하려면 수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파업을 수개월 이상 지속하지 않는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노조는 오는 26일부터 3주간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5월 닷새간의 1차 파업에 이은 두번째 파업이다. 노조가 파업을 하는 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회사와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신규 세포주의 해동을 중단할 수 있는 덕분에 파업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파업의 전격성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추후 파업 시작일(오는 26일)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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