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에게만 적용하던 건강보험료 소득정산을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고질적인 재정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공단은 지난 8월 고소득층의 보험료 상한선 상향을 추진하는 등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의 반발이 예상돼 실제 시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건보공단과 국회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소득정산 확대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월급 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110만 명과 지역가입자 908만 세대로 추산된다.
직장가입자는 매년 회사 연말정산 등을 통해 자동으로 정기적인 보험료 정산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보험료 조정·정산을 건보공단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그마저도 올해 소득에 대한 정산이 다음해 11월 이뤄져 소득이 늘어도 제때 보험료를 더 걷지 못하거나 소득이 줄어도 환급받지 못하는 등 형평성 논란이 지속됐다.
건보공단은 신청주의로 운영되던 지역가입자 소득정산을 ‘직권주의’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으로부터 전년도 소득 자료를 넘겨받아 직접 지역가입자 보험료 정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부처 안팎에 따르면 건보공단과 국세청 간 소득자료 공유가 원활히 협의돼 이번 조치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소득정산 제도가 시행된다면 지역가입자 908만 세대 중 394만 세대가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 납부 금액은 3조2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소득이 줄어 보험료를 환급받는 대상은 232만 세대, 환급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추가로 납부될 보험료에서 환급금을 뺀 약 1조4900억원이 순수입으로 잡힌다.
이번 지역가입자 소득정산 적용 역시 건전성 개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장 보험료를 올리기보다 ‘숨어 있던’ 지역가입자 394만 세대의 보험료를 찾아내 재정 악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료 부과 기준 개선은 건정심 심의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과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재무상황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는데 무분별한 과잉진료와 혼합진료가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자산은 올해 51조9000억원에서 2030년 48조2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은 68.5%에서 93.4%로 치솟는다. 건보공단은 ‘비상금’ 개념의 누적 준비금을 약 30조원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이마저도 203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인구센터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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