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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보다 1500원 싸네"…외국인들 카트 끌고 쓸어담는 곳 [현장+]

입력 2026-10-21 11:49   수정 2026-10-21 15:08


입구에 배치돼 있는 카트를 끌고 매장에 들어서면 매대 앞에서 가격과 성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비교하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부 품목의 경우 "인당 2개" 등 구매 제한도 걸려 있었다.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에 서서도 소비를 유도하는 물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외국인을 위한 세금환급 안내문도 게재돼 있었다.

카트를 끌고 원하는 물품을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마트와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취급하는 물품들을 보면 일반 마트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곳은 약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방문한 메가팩토리 서울점의 모습이다.


메가팩토리약국은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 모델로, 2025년 6월 경기 성남점을 시작으로 서울 금천구의 서울점, 그리고 올해 8월 경기 수원 이마트 광교점까지 확장을 이어왔다. 메가팩토리뿐 아니라 최근엔 메가타운약국, 마트약국, 제일큰약국 등 창고형 약국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강점은 자유로운 쇼핑과 저렴한 가격이다. 약국에서 약사가 선반에서 꺼내주는 약이 아닌, 스스로 필요한 성분과 용량, 가격을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다. 매장은 피로 회복, 혈액 순환, 뼈·관절, 피부 건강 등 목적별로 상품이 구분돼 있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의 매대에 가서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

감기만 하더라도 목, 코, 액상 등 증상과 형태로 세분화돼 있었다. 특히 감기약 화이투벤은 2000원, 콜대원은 2500원 등 일반 약국과 비교해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바퀴벌레 퇴치제인 컴배트의 경우 다이소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3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피부 제품들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친구와 함께 이날 메가팩토리를 방문한 20대 강모 씨는 "평소에 좁쌀 여드름이 고민이라 평소에 동네 약국에서 구매했던 제품들이 더 싸게 있어서 좋다"며 "여기에 유튜브에서 봤던 '효과가 좋다'는 크림들도 여럿이라, 이전에 효과를 봤던 걸 살지, 새 제품을 사볼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 약국에서 보기 힘든 메디컬 안티에이징 분야의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 '모델로(MODELO)'도 입점돼 있었다. 모델로는 앞서 이마트, 아난티 호텔, 명동의 글로벌 뷰티·패션 편집숍 '미미라인' 등으로 유통망을 넓혀온 브랜드다.

현대약품은 지난 1월 두피 관리 브랜드 마이녹셀의 메가팩토리 입점을 발표했다. 입점 제품은 두피 각질과 비듬, 모발 볼륨 등을 겨냥한 샴푸 3종과 트리트먼트 1종이다. 제약사가 약국에 공급하는 상품도 의약품에 머물지 않고 두피 관리용 화장품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샴푸·트리트먼트는 탈모 치료 의약품과 구분되는 제품이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대형 팝업존도 일반 화장품 가게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피부재생, 마스크팩, 피부연고 등 고민에 따라 구역을 구분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인기 상품 구역에 더해 유행 상품과 외국인 선호 상품을 모은 별도 구역이 있고, 뷰티 디바이스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약국의 변화는 대형 창고형 매장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최근 명동과 홍대 등지의 규모가 있는 약국에서는 외국인 고객이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피부 관련 제품을 찾고, 약국은 외국어 안내와 상담 인력을 늘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매장과 약국을 함께 방문하며 한국에서 살 상품을 고르는 흐름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환자의 약국 이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9% 증가했고 화장품 소비도 20.4% 늘었으며, 피부과 카드 이용액은 7685억원으로 49.5% 증가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으로도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6.1% 급증했고, 피부과 결제액은 63.8% 증가한 반면 성형외과는 24.5% 증가에 그쳐, 전체 외국인 의료소비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66%에서 올해 12.49%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을 겨냥한 세금환급 등의 서비스 안내도 이뤄지고 있다. 명동의 약국에서는 중국어·일본어·영어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외국인 부가가치세 환급 기계를 설치했다. 외국어 통역과 피부 진단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의 경우 홍대에 뷰티 매장을 선보이면서 지하 1층에 온누리약국을 입점시켰다. 약국과 협업해 화장품뿐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고효능 제품까지 판매하겠다는 전략으로 이전의 화장품 매장들과 차별화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약국의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약국 곳곳에는 약사들을 배치하고, 계산대에서도 구매 제품에 대한 약사들의 설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약국에 비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오남용에 대한 지적도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12월 특정 지역의 창고형 약국에서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이 매대에 대량 진열된 것을 확인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슈도에페드린 제제는 부작용과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관리·감독이 필요한 의약품을 대량 진열해 파는 것은 국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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