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징주' 기사를 이용한 선행매매로 약 85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와 전·현직 경제지 기자들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일부 피고인은 범행 가담 정도와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다투며 법적 책임의 범위를 놓고 공방을 예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종열)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시그널파트너스 대표이자 회계사인 한모씨와 구속기소된 전직 경제지 기자 최모씨 등 7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특징주 기사는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과 그 배경을 다루는 보도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빠르게 노출된다. 피고인들은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시가총액이 작은 테마주 등에서 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자에게는 기사 1건당 3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기사 배포를 청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최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며, 본격적으로 주식 매매에 나선 시점도 범행 초기보다 늦었다는 취지다. 공소장에 기재된 약 3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액도 다투겠다고 밝혔다.
한씨 측 역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범행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와 부당이득액이 적정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피고인은 선행매매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데 대해서도 다퉜다. 기자 권모씨 측은 기사 배포 예정 사실을 미리 전달받아 주식을 거래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사 작성이나 배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취재원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됐을 뿐 범행 실행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최씨와 공모해 선행매매 수익을 나눠 가진 혐의를 받는 남모씨 측도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범 사이의 가담 정도와 부당이득 산정 문제를 중심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거래와 기사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모두 조사하면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부당이득 산정 기준과 입증 방법에 관한 추가 의견을 양측에 요청했다.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의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참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도록 했다.
다음 공판은 11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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