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제도와 관련해 법원이 주목할 만한 판단을 내놓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상장사의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시가총액 기준의 회복요건 강화와 적용 시기 조기화, 이의신청 절차 부재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다만 법원도 시가총액 기준을 상향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목적이 부당하거나 수단이 적합하지 않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이번 결정은 우리 자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부실기업 신속 퇴출’이라는 정책목표와 상장기업의 절차적 권리를 어디에서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부실기업의 적기 퇴출이라는 정책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는 점이다. 상장만 유지한 채 장기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경우에 따라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도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과 공시, 재무건전성 등에 관한 상장유지 요건을 강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이러한 노력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퇴출의 필요성과 개별 상장폐지 결정의 적법성이 반드시 같은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규정은 무엇보다 예측 가능해야 한다. 상장기업뿐 아니라 주주, 채권자, 기관투자자, 금융회사 등이 해당 규정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기준의 적용 시기를 조정하고 관리종목 지정 이후 회복요건을 강화하는 경우라면, 그 필요성과 적정한 유예기간에 대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이 함께할 때 제도의 수용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일정 시가총액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은 기업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시가총액은 영업실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 전체의 변동성, 특정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유통주식 수, 기관투자자의 매매 등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따라서 일정한 시가총액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실질적 상장적격성을 판단하려면 기준의 설정과 회복기간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충분히 제시될수록 제도의 설득력도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이번 결정을 상장사가 주가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도 곤란하다. 상장폐지 위험에 처한 기업일수록 단기간에 주가나 시가총액을 인위적으로 관리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특정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매매, 허위·과장 공시, 제3자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이 개입될 경우, 상장폐지 문제를 해결하려다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문제로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의 대응은 단순한 ‘주가 관리’가 아니라 종합적인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은 먼저 자신에게 적용되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과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절차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영업의 계속성, 재무구조, 자금조달계획, 주요 사업의 진행상황 및 시장에 제공된 공시내용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기업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과 본안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해야 한다. 정리매매가 시작된 이후에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 발생하는 손해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대응 시점도 중요하다.
이번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제도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기 위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가총액과 같은 객관적 기준은 시장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필요하다. 다만 기준 상향으로 퇴출 대상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기업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를 함께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예컨대 일정한 시가총액 기준 미달이 확인된 뒤 제한적인 이의신청 절차를 두거나, 계속기업으로서의 실질적 가치가 존재하는지를 신속하게 심사하는 절차를 결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상장폐지 제도의 목적은 기업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시장에 남을 기업과 퇴출해야 할 기업을 보다 정확하게 구별하는 데 있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도 중요하지만, 개별 기업의 사정까지 신중하게 살피는 것 역시 자본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상장폐지 개혁을 중단하라는 신호라기보다, 그 개혁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라는 요구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글 신영식 법무법인 대환 금융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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