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 주택일수록 주식 등 매각 대금 의존도가 높았다. 30억원 이상 주택의 매수 자금 가운데 주식 등 매각 대금 비중은 올해 1월 16.0%에서 9월 18.9%로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비중(7.25%)의 약 2.6배다. 반면 3억원 미만 주택은 같은 기간 2.3%에서 2.1%로 소폭 하락했다.
대출 규제가 주택 가격대별 자금 조달 방식의 차이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라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매수 자금 중 대출금과 임대보증금 비중이 줄었다. 대출 규제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 제한으로 생긴 자금 공백을 주식 등 매각 대금과 증여·상속으로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증여·상속 자금 비중도 지난해 4.7%에서 올해 1~9월 6.9%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노원구와 구로구 등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에서는 주식 매각 자금뿐 아니라 대출금 비중도 확대됐다. 전·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서 실수요자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기준 주택 매수 자금 중 대출금 비중은 올해 26.4%로 지난해(25.7%)와 비슷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7%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2%)의 네 배에 달했다. 경기(6.2%)와 인천(4.5%)도 입주 물량 감소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핵심 입지의 공공분양을 늘려 주거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의원은 “주식은 생산적 금융, 집은 망국적 투기라는 정부의 이분법은 주식으로 번 돈으로 결국 집을 사는 현실을 외면한 허상”이라며 “대출과 갭투자를 틀어막으니 상속, 증여 등 ‘부모 찬스’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은서/강영연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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