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와 카세트의 기록매체로 쓰이던 자기테이프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폭증하는 데이터를 적은 전력과 낮은 비용으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서다. 후지필름은 약 20년 만에 대규모 증산에 나서 데이터 저장용 자기테이프 공급능력을 5배로 늘린다.
100억엔 투자…저장 비용은 HDD의 4분의 1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 공장에 2028회계연도까지 약 100억엔을 투자한다. 생산설비와 인력을 확충해 저장용량 기준 출하량을 2025회계연도 대비 약 5배로 확대할 계획이다.증산의 중심은 압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40테라바이트(TB), 압축 시 최대 100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첨단 제품이다.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금융기관과 연구기관의 데이터 백업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
자기테이프는 테이프 표면의 자성체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매체다. 후지필름은 1954년 TV 방송장비용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음성 기록과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용도를 넓혔다. HDD와 SSD가 보급되면서 존재감이 약해졌지만 AI 확산으로 데이터 보관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 생성량은 2030년 718제타바이트(ZB)로 2024년의 약 4배에 이를 전망이다. 1ZB는 10억TB에 해당한다.
자기테이프의 강점은 비용과 소비전력이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느리지만 HDD 등에 비해 소비전력이 적고, 저장 비용도 HDD의 약 4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반도체 메모리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SSD 가격이 오르고 HDD 가격도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상승해 자기테이프의 비용 경쟁력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사이버 공격 대비한 ‘콜드 데이터’ 보관
자기테이프는 사용 빈도가 낮은 ‘콜드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하는 데 적합하다. 빠른 기록과 읽기가 필요한 데이터에는 SSD와 HDD를 쓰고, 자주 꺼내지 않는 데이터는 자기테이프에 보관하는 방식이다.네트워크에서 분리해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이버 공격으로 기밀 데이터가 변조되거나 사라질 위험을 줄일 수 있어 백업용으로 활용된다. 쉽게 열화하지 않아 장기 보관에도 유리하다.
AI 특수는 자기테이프 소재 기업으로도 확산할 전망이다. 자기테이프용 필름은 도레이, 자성체는 DOWA홀딩스 등이 생산한다.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일본의 소재·제조 기술에도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번지는 모습이다.
다른 데이터 저장장치 관련 기업들도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 8월 이와테현에 반도체 메모리 신규 생산동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미에현 공장을 포함해 협력사인 미국 샌디스크와 향후 6년간 총 5조엔을 투자해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SSD 공급능력을 높인다.
도시바는 약 600억엔을 들여 필리핀 HDD 공장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린다. HDD용 유리기판을 공급하는 HOYA는 약 500억엔을 투자해 베트남에 새 공장을 짓는다. HDD용 서스펜션을 생산하는 닛파츠도 증산에 350억엔을 투입한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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